'주중에는 기업에서 돈을 받고 일하고 주말에는 학교에서 배워도 석사 된다.'
정부가 15일 청년고용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일명 한국형 직업학교의 밑그림이다. 야간 대학이 아니라 낮에 평일 2~3일이나 주말 하루 공부하니 그야말로 '주경야독'이 아니라 '주경말독' '삼경이독'할 만하다.
이는 스위스나 독일의 사례를 본떴다. 청년들이 평일에 기업 현장에서 우수 기술자 등으로부터 도제식으로 실습교육을 받고 나머지 날에 실습과 연계된 이론교육을 학교에서 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기존에도 특성화고, 폴리텍대 부설학교 등을 통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널려 있었다. 다만 이들 과정 대부분에서 현장 실습내용과 학교 교과내용이 따로국밥처럼 제각각이어서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게 산업계의 평가다.
우선은 내년부터 3곳의 한국형 직업학교를 시범도입해 성과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기업출근 및 통학이 가능한 특성화고나 산업정보학교, 폴리텍대 부설학교, 기업학교 등이 시범도입 후보군으로 활용된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법제 정비가 미흡하고 산업 현장의 여건도 녹록지 않아 자칫 사업 자체가 부실화하거나 정책추진이 헛바퀴만 돌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한국형 직업학교를 지원할 기업을 오는 2017년 내 1만개까지 육성하겠다는 목표 자체부터 논란거리다. 올해 1,000개를 발굴한 뒤 3년 내 10배로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인데 과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우수 기업이 존재할지 여부는 물론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지도 의문스럽다. 이에 대해 관계 당국자는 "국내 강소기업,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으뜸기업, 최우수인적자원개발(Best HRD)기업 등을 모아보니 3만개 정도 되는데 해당 기업들과 상의해 최대한 프로그램 참여기업들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1만개에 달하는 기업을 끌어오다 보면 실습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
기존의 특성화고교나 기업학교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기업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을 수료해도 국가인증 자격증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 등이 운영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인기가 시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정교한 정책 로드맵을 짜지 않으면 한국형 직업학교의 순항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