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대성 이론의 몰이해 혼란의 20세기 부르다

■ 모던타임스 / 폴 존슨 지음, 살림출판사 펴냄<br>"시·공간은 상대적" 아인슈타인 이론 자의적 해석<br>선과악·이성·지식·가치 등 절대적 기준 사라져<br>레닌·히틀러 등 상대주의 바탕으로 성장하기도



두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과 이념적 갈등에 의한 냉전, 급속한 부(富)의 성장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부의 축적 그리고 종교적 대립에 의한 잇따른 테러와 내전의 역사로 20세기는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다. 영국 석학이자 언론인 폴 존슨은 20세기를 일컫는 모던타임즈의 기점을 1919년 5월 29일로 잡았다. 이날은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이 일식 촬영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증명한 날이다. 저자는 왜 하필 이날을 20세기의 시작으로 보는 것일까. 이유는 상대성 이론이 불러온 예기치 않은 결과 때문이다. 당시 직선과 직각으로 구성된 뉴턴의 물리학으로 세계를 이해했던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라 상대적인 척도에 불과하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절대시간과 절대거리의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믿음이 대중에게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시간과 공간, 선과 악, 지식과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사라진 것. 상대성 이론을 상대주의와 혼동해 사회 전반에 도덕적 상대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19세기까지 서구 사회를 굳건하게 뒷받침해 온 진리와 이성 그리고 도덕규범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 문제였다. 저자는 이를 두고 '구(舊) 질서가 종말을 맞고, 방향을 잃은 세계가 상대주의적 우주 속으로 떠도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1920년대를 휩쓴 마르크스ㆍ프로이트ㆍ아인슈타인의 메시지가 모두 같았다고 주장한다. "세계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상대주의적 시각이었다. 인식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변했고, 개인적 책임감과 객관적인 도덕규범의 의무감도 무너졌다. 구질서가 종말을 맞고 방향을 잃은 세계가 상대주의적 우주 속을 떠도는 상황이었다." 레닌ㆍ히틀러ㆍ스탈린ㆍ마오쩌둥ㆍ장졔스ㆍ처칠ㆍ루스벨트 등 20세기의 권력 중앙에 있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상대주의를 자양분 삼아 성장한 인물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결국 20세기는 '상대주의'를 밑거름으로 만들어진 '정치의 시대'라는 말이다. 20세기를 연구한 역사서가 많지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역사적인 주요 사건을 인물의 세밀한 묘사와 함께 풀어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났던 히틀러, 비사교적이었던 레닌, 허영심이 많은 나르시스트로 알려졌던 무솔리니, 무뚝뚝했지만 미국의 최대 번영기를 이끈 쿨리지 대통령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의 기질을 보여주는 다양한 일화와 주변 인물의 평가까지 곁들였다. 그렇지만 한때 식민지 국가 출신이라서 이유가 작용한 것일까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세계적인 존경을 받는 간디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까다롭게 음식을 고르고 성관계를 멀리했던 그를 해방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적인 기인(奇人)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20세기 혁혁한 공을 이뤄낸 과학적인 발견 그리고 그 결과 파괴된 환경과 신종 질병 에이즈 등에 대해 우려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파멸적인 실패와 비극을 가능케 했던 근본적인 악 즉, 도덕적 상대주의나 인간의 지적능력으로 우주의 모든 신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등이 사라지고 있는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21세기가 과거와 달리 인류에게 희망의 시대가 될 수 있을지는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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