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출구전략 저물가 부담 덜었다

소비자물가지수 3개월 연속 올라 Fed 목표치 근접<br>9월 FOMC 이전 나오는 8월 CPIㆍPPI가 최대 변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오는 9월부터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저물가가 출구전략 시행의 복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밑돌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당기간 연준의 목표치인 2.0%(연율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는 물가가 점차 2%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깔고 있다"며 "낮은 인플레이션율이 이어질 경우 출구전략이 늦춰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14일 미국 노동부는 7월 PPI가 전달보다 0%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0.3%와 이전치 0.8%를 모두 하회하는 수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PPI도 전달보다 0.1%, 연율 기준으로 1.6% 오르는 데 그쳤다.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통상 PPI는 3~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연준의 출구전략도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 나아가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현상으로 경기침체까지 겹치는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크리스 럽스키 도쿄미쓰비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저물가가 연준의 새로운 위험요인이 됐다"며 "최근 PPI 지표는 연준이 디스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인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14일 "FOMC는 통상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는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한다"며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자칫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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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투자가들도 기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빌 그로스는 이날 "연준이 예상보다 더 장기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첫 기준금리 인상시점은 2016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스 CIO는 올 6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출구전략 시간표를 제시한 이래 국채금리가 뛰면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 9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FT는 "연준이 현재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점차 정상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낮은 물가수준에서도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톰슨로이터가 최근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2 가 연준이 9월에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올 3ㆍ4분기 미 경제성장률이 2.2%를 기록한 뒤 4ㆍ4분기 2.6%, 내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존핸콕애셋매니지펀트의 빌 체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 리스크만 없다면 미 경제가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하반기 추가 지표가 발표돼야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시행시기를 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9월 FOMC 회의 이전에 발표되는 8월 PPI(13일)와 CPI(17일)가 양적완화 축소 여부의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도 6일 "연준이 올해 말 이전에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확하게 언제 시작될지 알려면 보다 강한 경제성장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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