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59) 부회장은 '숫자에 강한 용장(勇壯)형 CEO'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인 그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와 시카고대 경영학석사 출신답게 숫자와 실적을 중시한다. 인사도 철저하게 성과에 따라 단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기업의 사활이 걸린 의사결정도 과감하게 단행하는 등 정면승부를 즐기는 용장 스타일이다. 평소 지론인 "미지근하게 하지 마라, 하려면 밀어붙여 하라"는 말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철학을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를 세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4년 파주 LCD 클러스터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 오늘의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장장 25년을 전자업계에 몸담은 만큼 기술 및 제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높다. 1987년부터 1995년까지 9년간 LG전자에서 근무했고 그 이후에도 LG반도체와 LG필립스LCD 등의 경영을 맡았다. 1998년에는 LG반도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가 이듬해인 1999년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가 하이닉스반도체에 합병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구 부회장은 LG그룹이 강조하는 협력회사와의 '상생경영'에도 앞장서왔다. LG필립스LCD 경영 당시 협력사들을 독려해 장비 국산화를 주도했으며 이를 이어받아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상생경영을 중시하고 있다.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에는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구축에 역점을 뒀다. 사업에서는 미래 성장을 위한 수익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개발 분야에 주력했다. 취임 첫해인 2007년 584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15억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