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TV는 컴퓨터의 모니터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 말고는 인터넷과 어울리는 점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TV로 인터넷을 즐기는 것은 목발을 짚고 스키를 타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뭐가 그렇게 다를까. 일단 운영체계(OS)가 다르다. OS는 잠수함으로 치면 엔진에 해당한다.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PC는 대개 윈도를 쓰지만 TV에는 OS라는 개념이 없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리얼타임 OS」라는 운영체계를 셋톱박스에 만들어 넣었다.
브라우저도 다르다. 또 셋톱박스마다 다른 브라우저를 만들어 넣었다. 간신히 인터넷이 보인다. TV에는 하드디스크도 없다.
결정적으로 모니터의 해상도가 다르다. PC는 1024*768. 반면 TV는 640*460이다. 따라서 TV화면으로는 사이트를 절반 정도만 볼 수 있다. 때문에 인터넷 TV사업자들은 TV용 사이트를 따로 만든다. 이쯤 되면 이용자들은 「인터넷 TV가 뭔데 사이트 내용을 맘대로 뜯어고치냐」는 불만을 토로할만도 하다.
인터넷 TV가 살아남은 이유는 단 하나, 쉽다는 것. 그러나 쉽다는 것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다. 쉬우니 노인도, 주부도 쓸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인터넷 TV에 막대한 돈을 쏟아붇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주부들이 인터넷에 가세하면 판도가 바뀐다. 각 가정의 돈주머니를 쥐고 있는 주부들이 인터넷으로 쇼핑하며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 말로만 떠들던 전자상거래는 그야말로 「황금의 땅」이 된다.
그러면 PC와 TV의 전쟁에서 승자는 과연 누굴까. 싱거운 결론이지만, 전문가들은 「무승부」를 조용히 점친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 모두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방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TV일 것이라는 이유로 TV의 판정승을 점치는 쪽도 있다.
이진우기자MALLI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