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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요. 학교에서는 다 알고 있을 텐데요. 몰라서 대책을 안 세운 게 아니죠."(중3 남학생).
"교권이 무너졌는데 이런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요. 공교육부터 살려야 합니다."(중1 학부모)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나온 6일 학생과 학부모ㆍ교사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폭력이 문제라서 폭력을 잡겠다는 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따른 공교육 붕괴와 교권 추락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 대책, 어떤 내용 담겼나=정부는 우선 학교장이 가해학생에게 즉시 출석 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했다. 그동안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학교가 가해학생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어 2차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담임 A가 전체 학급관리를 맡으면 담임 B는 일부 학생을 맡는 방식의 '복수담임제'가 도입되며 오는 3월부터는 학폭위 조치 사항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자기소개서 공통양식 중 신설되는 인성 항목에 들어가 대입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했다.
학교폭력 신고전화는 '117'로 통합되며 폭력서클 '일진회'의 존재를 파악하는 '일진지표'와 함께 '일진경보제'가 도입된다. 학교와 경찰의 표본조사에서 일정 점수 이상 나오거나 한 학교에서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면 경보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폭력서클의 존재가 확인되면 관할 경찰서장이 지휘해 없앤다.
◇사법처리 강화는 제외…현장서는 '글쎄'=실효성 논란의 핵심은 사법처리 강화가 무산된 데 있다. 피해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을 모아 처벌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에서 형사처벌 연령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조치가 제외됐다. 물론 정부는 이들 가해학생도 교육의 대상인 만큼 교육적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정책이 공교육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에 대해 "모든 학생이 초등학교때부터 단계적으로 인성 교육을 이수하도록 해 평가 자료를 대학 입시는 물론 취업과 적극적으로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학부모 단체와 학생들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사회적 인식이 제고돼 학교폭력이 근절되는 단초가 되기를 희망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방향과 내용에는 공감한다면서 "교사에게 힘이 실려야 학교폭력 근절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일진경보제는) 일진에 대한 개념도 세우지 못하고 일진을 정형화된 형태로 바라본 결과"라고 꼬집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담임이 1대1로 면담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교사 1인당 학생 수부터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