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금 50억 싣고도 승용차 ‘씽씽’

현금 50억원이 담긴 상자가 현대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모두 실릴까, 또 이 현금을 실은 승용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될까. 대답은 모두 “예”로 나왔다. 서울지방법원 형사3단독(황한식 부장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공판 현장검증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현대 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씨를 둘러싸고 현금 40억~50억원씩을 승용차로 전달했다는 검찰 공소 사실에 대해 변호인단이 이 정도의 돈을 실은 차는 제대로 운행되기 어렵다고 반박하면서 검증이 이뤄졌다. 이날 검증은 서초동 조흥은행 법원출장소에서 은행측이 준비한 현금 5억원으로 2억원과 3억원이 상자에 들어가는지를 시험해보고 무게를 재는 것으로 시작했다. 법원이 라면상자와 사과상자 크기로 주문 제작한 두 종류의 상자에 돈다발을 채웠다. 2억원 어치 상자는 23.2㎏, 3억원 어치 상자는 34.7㎏이 나갔다. 현금상자를 만드는 작업도 쉽지는 않았다. 현금 50억원을 마련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재판부는 복사지를 상자에 채워 무게를 맞추는 방법을 고안했고 2억원 어치 상자 30개, 3억원 어치 상자 15개를 만들었다. 클라이막스인 종이뭉치를 자동차에 싣는 현장검증은 법원청사 정문 앞에서 벌어졌다. 재판부는 먼저 2억원 어치 상자 14개와 3억원 어치 상자 4개 등 18개, 총 40억원 어치를 다이너스티에 실었다. 그러나 승용차에는 아직 공간이 남았고 검찰은 회심의 미소를 지은 반면 변호인측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어 상자 개수를 하나씩 늘렸다. 마지막 50억원을 실험하기 위해 2억원어치 상자 25개로 승용차 안을 채웠다. 트렁크에 8개, 뒷좌석에 14개, 앞좌석에 3개 등 총무게 580㎏의 상자가 들어갔다. 변호인측의 요구로 승용차가 사건현장인 남산 하얏트호텔까지 올라갔지만 주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처음에는 어렵지 않나라고도 생각했는데 실제 가능했고 운전에도 무리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의외로 쉽게 결판이 난 데 대해 실망 감을 감추지 못하며 “2차 전달 추정 시각인 토요일 오후3시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뒷골목에서 돈 전달이 가능한지 현장검증을 추가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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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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