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중국산 의류 3개 품목에 대해 쿼터(수입할당)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18일 발표, 미-중간 무역전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중국 상무부는 19일 미국이 자국산 일부 섬유제품에 쿼터제를 적용키로 한 것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임을 시사하는 한편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던 2차 미국산 물품 구매단의 파견도 취소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번에 쿼터제를 적용키로 한 중국산 의류는
▲브래지어
▲잠옷
▲니트(뜨개질) 옷감 등이며, 쿼터 물량은 중국측과의 협상에 의해 결정키로 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연초부터 중국에 가해온 위앤화 절상 요구, 시장개방 압력의 연장선에서 취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중국이 이에 불응할 경우 다른 의류 제품과 가구 제품으로 수입 규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의 이번 조치를 미-중간 통상 전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도널드 에반스 상무장관은 이번 조치와 관련, “부시 행정부의 공정무역 원칙 이행과 노동계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중국이 공식 협상에서 공정한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위협했다. 그러나 미국 내 수입업계와 소비자보호 단체들은 부시 행정부의 조치가 내년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며, 가격 상승을 유발해 소비자만 손해를 본다며 비판했다.
이번에 수입물량 제한을 받은 품목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의류 및 섬유의 4.67%에 해당하는 극히 적은 물량이다. 하지만 미국 의류 업계는
▲장갑
▲바지
▲셔츠
▲양말 및 내의류 등에 대해 수입제한을 요구하고, 가구 업계도 중국산 침대 및 거실용품의 규제를 청원해놓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01년 말 미국과 중국이 WTO 가입 협상에서 특정 제품의 연간 수입증가비율이 7.5%를 넘을 경우 쿼터제를 실시한다는 합의에 근거한 것으로 미국은 이 조항을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결정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로라 존스 섬유류 수입업협회 이사장은 “순전히 정치적 결정”이라고 폄하하며, “중국산 수입 규제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한 개도 없다”고 비아냥거렸다. 에릭 오터 전미소매연맹 자문위원은 “일자리 창출은커녕 공급 부족 사태를 유발,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조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자유무역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섬유산업 중심지인 남부지역 공화당 의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손엔 자유무역주의를, 다른 한 손엔 통상압력의 무기를 사용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정구영기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