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강칼럼] 같은 음식도 다르게

중년 부부생활의 권태는 흔히 성생활의 권태로움에도 원인이 있다. 성생활에 별 흥이 안 나면 자식 키우는 재미든 돈 모으는 재미가 됐든 다른 취미를 붙여가며 조용히 살면 그만일 터. 섹스 말고도 부부가 오순도순 살아가야 될 이유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세상은 부부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남편이든 아내든 바깥을 드나들면서 외간 남자와 여자와 수없이 마주치며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은 자극에 늘 부닥치게 된다. 핸섬한 근육질의 남자들, 늘씬하고 풍만한 미녀들, 남편과 밤마다 깨가 쏟아진다고 자랑하는 동창생. 성을 양보하고 살기에는 너무나도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자극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다. 굳이 찾아 다니지 않아도 신문 잡지를 통해, TV를 통해 숫제 안방으로 파고 든다. 이 권태가 도달하는 최악의 종착역은 외도다. “매일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만족할 수 있나” 외도하는 남성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럴싸하다. “정말 그렇네” 아내마저 동조하면 집구석은 풍비박산이다. 꽤 알뜰한 친구가 있다. 알뜰하게도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을 먹고 산다. 그런데도 이 친구는 하루 세끼 먹는 게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두부 한쪽을 먹어도 김치 얹어 먹고, 간장에 찍어 먹고, 프라이 팬에 구워먹고 계란을 씌워 튀겨도 보고, 소금을 찍기도 하고, 두부와 김치를 함께 굽기도 하고, 어제는 배추김치와 함께 먹었으면 오늘은 무김치와 먹어보고, 김에 싸서도 먹어보고 물 미역에 싸서도 먹어보고 여기에다 곁들이는 찌개의 배합까지 변화를 주면 같은 재료 같은 밥을 가지고도 늘 새로운 맛을 즐기게 된다고 한다. 라면 하나를 끓여도 어느날은 김치, 어떤 날은 콩나물, 어떤 날은 쇠고기에 버섯까지 넣어 제법 호사스런 마술을 부린다. 밥상에 성의가 없다면 이런 창의력도 나타날 수 없다. 섹스 한번을 완성하는 데에도 장소 시간 체위 스타일 등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 그 변수들이 조건을 한 두 가지씩 만 바꿔도 맛이 달라진다. 재료의 비율을 조금씩 만 바꿔도 맛이 달라지는 칵테일처럼. 문제가 있다면 도대체가 부부생활의 여유조차 갖지 못하도록 지친 몸이거나 게으른 정신이 문제일 뿐이다. <^이은주(대화당한의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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