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신·불평등·불통에 발목 잡힌 경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내놓은 2012년 연례보고서는 불신과 불평등 의식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국민들이 스스로 선출한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5.6%에 불과하고 정부와 법원의 신뢰도 역시 15%대에 머물렀다.

보다 주목할 사실은 모든 게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비율이 41.8%에서 46.0%로 뛰고 빈부계층 간 갈등이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82%로 1년 전의 75.7%보다 높아졌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한국의 자화상은 더욱 초라하다. 소득분배의 형평성을 나타내는 빈곤율과 지니계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훨씬 밑돈 반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공공사회지출은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한국의 사회통합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불신과 불평등은 경제의 비용상승을 유발한다. 새로운 방향을 정하거나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갈등을 쉽게 해결하지 못한 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적 석학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일찍이 명저 '트러스트'에서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를 '사회적 자본'으로 규정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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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낮은 사회통합 수준, 미약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첫 걸음이 소통에 있다고 판단한다. 해묵은 불신과 불평등은 쉽게 개선하기 어렵고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반면 소통은 정치적 결단과 노력으로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통합지표가 최근 급격히 악화한 원인도 불통에 있다. 불신과 불평등ㆍ불통이라는 3불(不)의 악순환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성장률을 2%에 묶는 데 일조해온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여러 차례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사회적 자본은 결국 신뢰"라는 말도 남겼다. 새 정부는 신뢰란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사회적 자본 확충에 전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그것이 3불에 발목 잡힌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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