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부유층의 볼모된 서민·중산층 "감세보다 재정지출로 지원을"

"강부자 위한 감세" 논란 잠재우려 끼워넣기 포장<br>'작은 정부' 지나친 집착에 '왜소한 정부' 우려도



“한나라당의 조세 개편안에 서민ㆍ중산층ㆍ중소기업이 볼모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 전공 대학교수의 일침이다. 여당의 감세안이 기본적으로 대기업ㆍ부유층을 위한 정책인데도 저소득층 등을 양념으로 끼어넣어 포장돼 있다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작은 정부’를 추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 부문이 왜소화돼 복지나 저소득층 소득보전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재정 기여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에 포위된 감세 드라이브=현재 세제개편의 가장 큰 쟁점은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문제다. 한나라당은 현재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세대별 합산 과세를 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올해 재산세 과세 적용률을 지난해 수준(50%)에서 동결하는 등의 방안을 정부와 합의했다. 종부세 대상자는 지난해 기준 전체 세대의 2%, 주택소유 세대의 3.9%에 불과하다. 또 이들 가운데 61%는 다(多)주택 보유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부동산세 인하는 당장 ‘부유층을 위한 감세’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한나라당이 서민ㆍ중산층을 위한 소득세ㆍ부가가치세 인하, 중소기업ㆍ자영업자를 위한 법인세 인하 등의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들이 없는 만큼 부동산세 인하에 대한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세제개편안이 급조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여당이 영세 자영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를 검토 중인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에 앞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하며 중소기업 최저세율을 낮추는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혼선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민심이반에 놀란 한나라당은 소득세율 인하도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과표 조정 및 유가환급금 등으로 소득세 인하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만큼 오는 2010년부터 인하할 수 있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여당의 소득세율 인하 방안은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상황에서 국가 세수 훼손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작은 정부’가 아니라 ‘왜소한 정부’ 우려=또 다른 논란은 이 같은 감세 드라이브의 혜택이 결과적으로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 돌아갈지 여부다. 청와대와 여당은 감세로 부유층의 소비 여력이 커지면 내수가 활성화돼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최근 “지금은 실질적인 국민총소득(GNI)이 내려가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극도로 나쁜 상황에서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법인세 이외에 소득세 등 여타 부문의 감세 효과는 작다고 보고 있다. 부유층은 이미 소비를 많이 하고 있어 감세를 하더라도 소비를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저소득층ㆍ중산층을 위해 소득보전 차원의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존의 법인세 인하와 유가 환급 외에는 효과도 크지 않고 재정 부담이 생길 수 있어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지나치게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며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한편 재정지출 측면에서 저소득층ㆍ중산층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재정경제부도 지난 2005년 말 한 보고서에서 “감세조치를 하더라도 소비증대 효과는 미미하고 기업투자의 증대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며 “사회복지, 환경, 교육,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재정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감세조치를 할 경우 세입기반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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