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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빗방울·LGU+ 가족 등<br>구구절절 브랜드 알리기 보다 소통·위안·치유 메시지 전달<br>현대자동차 감성 광고 덕에 선루프 장착 차 판매량 급증


김지운 감독이 단편영화로 만든 코오롱스포츠의 광고 '사랑의 가위 바위 보' .

프랑스의 영화 감독 시릴 기요가 연출한 현대차 브랜드 광고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 .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요즈음 광고업계에서는 감성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장기 경기침체와 치열한 경쟁,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 속에 살고 있는 대중의 불안정한 심리를 파고들었고 바쁜 일상 속 잊고 있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감성 마케팅'은 굳이 제품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치 않는다. 어떤(What) 제품을 써야 하는지가 아닌 왜(why) 이 제품이어야 하는지 그 가치에 주목한다.

업계가 감성 광고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로 사람들의 달라진 심리다. 지갑에 돈이 두둑한 때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제품 판촉에 나선 영업사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생길지 몰라도 내 한 몸 거두기 힘든 불황에는 소비를 유혹하는 광고에 대한 피로도가 급증한다. 평소에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광고도 불황에는 톤을 낮추고 편안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편을 제작한 이정미 이노션 1본부 캠페인1팀 차장은 "소비자들은 이제 잘난 척하는 광고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선호한다"며 "메이커의 일방적인 메시지보다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고 느낄 수 있는 감성광고 전략이 최근 들어 더욱 유용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테면 비 오는 날 자동차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경험과 기억을 끄집어 낸 쏘나타 '빗방울 편' 광고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비 오는 날을 그린 아름다운 영상과 기존 CF에서 놓치기 쉬웠던 사운드 부분, 즉 빗소리에 신경을 쓴 것이 감성적인 영역에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감성광고가 각광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사회에 몰아친 '힐링 열풍'에 있다. 일상 속 스트레스를 떨쳐내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왜 이것을 사지 않느냐'는 식의 광고는 불편하기만 하다. 결국 편안하게 보면서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는 영상과 콘텐츠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적합한 홍보수단으로 떠오른다는 이야기다. 힐링의 대표적인 수단인 가족을 소재로 한 광고(LG유플러스 LTEㆍ동원참치ㆍ코베아 등)가 자주 눈에 띄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곽준식 동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요인에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도처에 있고 사람들의 삶이 어딘가 쫓기듯 팍팍할 때 광고계가 주목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복고', 다른 하나는 '잊혀지는 것'들 혹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방점을 찍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감성광고는 불황기에도 쉽사리 광고를 그만둘 수 없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좋은 대안 중 하나다. 특히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왔던 브랜딩 축적효과를 무시하고 불황이라고 해서 방송광고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경기가 회복된 후에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는 미국 맥그로힐리서치((McGraw-Hill Research)의 연구결과는 감성광고를 택하는 기업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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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자체에 대한 장황한 설명보다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의 시각을 반영하고 노골적인 브랜드 노출보다 은은하게 소비 심리를 파고들어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감성광고가 주목 받으면서 광고업계에서는 새로운 광고 제작 트렌드도 자리잡기 시작했다. 광고 전문가·비전문가의 경계를 허문 기업 브랜드와 영화의'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이 그것이다.

지난달 6일부터 삼성전자는 '나와 S4 이야기'를 온라인을 통해 상영하고 있다. 휴대폰 '갤럭시S 4'의 브랜드 철학을 소재로 한 단편 옴니버스영화로 배우 겸 감독인 정우성·김남길·구혜선·양익준이 각각 1편씩 연출을 맡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청출어람'에 이어 또 한 번 '브랜드 필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윤계상·박신혜 주연의 단편영화 '사랑의 가위 바위 보'로 지난 4월부터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만들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가 내세우는 '자연(nature)'의 이미지를 김 감독이 유쾌한 연애담으로 해석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to myself at age 22' 등 상업 영화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프랑스의 시릴 기요 감독에게 현대차 브랜드 광고(리브 브릴리언트ㆍLive Brilliant)의 연출을 맡기기도 했다.

영화와 기업의 만남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광고 효과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뽑는다면 차별성과 이슈인데 유명 배우나 감독들의 광고계 영입은 기존 전문 광고인이 가진 패턴(공식)을 벗어나 새롭게 영화적으로 접근해 세련되게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며 "더욱이 가장 대중적 장르인 영화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기에도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음을 동(動)하게 하는 감성 마케팅의 효과도 제법 가시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잔잔하게 감성을 적신 쏘나타 선루프 광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홍보팀 관계자는 "4월 말 광고가전파를 탄 후 불황에도 불구하고 4ㆍ5월 2개월 연속 쏘나타가 자동차 판매율 1위를 기록했다"며 "또 쏘나타 구매고객 중 선루프를 장착하는 비율은 지난해 평균 8.5% 수준이었는데 광고가 나오고 난 뒤부터 쏘나타 선루프 장착 차량 출고비율이 4월 8.8%, 5월 10.5%로 소폭 상승했다"고 전했다.

감성광고와 제품 구매와의 연관성을 두고 곽 교수는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그 이미지까지 선택하는 것"이라며 "감성 마케팅이 주효한 이유는 알리고자 하는 브랜드가 감성 전달 매개체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고 자신이 추구하고 투영하고자 하는 이상적 자아와 잘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풀이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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