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경제교육 투자의 중요성

강형문 <한국금융연수원장>

우리 경제는 단기간의 압축성장에 힘입어 이제는 세계의 경제 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규모가 됐다. 지난 200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6,052억달러로 세계 11위에, 무역 규모는 3,700억달러를 넘어 세계 12위에 올라선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달러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듯 우리 경제는 외형적인 성장면에서 선진국들이 놀라워 하고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눈부신 성과를 이뤘는데 이는 우리 국민들의 경제발전에 대한 열정과 근면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묻지마'아닌 합리적 투자 필요 그러나 점차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국민들의 경제의식이 경제의 외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일례로 최근 내수부진 장기화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들 수 있다. 무분별한 카드 사용 등에서 비롯된 가계부채 문제는 일면 정부의 정책과 카드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실패한 데도 그 원인이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신용활동을 하지 못한 국민들의 경제의식에도 그 책임이 있다. 또한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투자 행태를 살펴보면 투자대상의 기초 여건(fundamental)을 확실히 이해하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나 소문을 통해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좇아 너도 나도 ‘묻지마’식의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보기 때문이다. 시장이나 투자 대상에 대한 이해 없이 기회에 편승해 큰 이익을 노리는 행위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 물론 모든 투자시장에는 일반적으로 투기적인 군중 행태(herd behavior)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비정상적인 투기심리가 활개를 치는 것은 국민의 경제의식이 다소 미흡한 데도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wag the dog)’라는 표현이 있다. 국민 개개인들의 일시적이나마 비합리적이거나 잘못된 경제의식이 전체 거시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현실 경제에 대한 이해 부족 또는 낮은 경제의식 수준으로 경제주체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일반적인 경제현상에 대해 비합리적이거나 불건전한 의사결정으로 대응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엄청난 정책ㆍ경제조정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건전한 경제의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소비ㆍ투자생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의 전반적인 경제 지능지수(IQ)를 높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대국민 경제교육을 전담하는 재무부 경제교육실(OFE)이 운영되고 있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FRB)도 대대적인 금융경제교육 캠페인을 하면서 교사 경제 워크숍, 학교방문 특강, 청소년 경제 이슈 토론회 개최 등 적극적으로 경제교육에 나서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미국경제교육협의회(NCEE)ㆍ전미금융교육재단(NEFE) 등 여러 단체들이 대국민 경제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국민의 성숙된 경제의식이 건전한 경제발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국민 경제의식 수준 높여야 우리나라도 공정한 시장경쟁의 룰을 확립함과 아울러 정부ㆍ중앙은행 등이 지혜를 모아 대국민 경제교육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한국은행이 국 단위의 경제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직원들로 구성된 대규모 대국민 경제교육 강사단을 운용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경제성장에 상응하는 국민경제의식의 올바른 함양을 통해 우리 경제가 ‘몸집만 커버린 아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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