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해프닝의 전말

제5보(80~100)


고근태는 흑83으로 몰면서 이 바둑은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흑85로 모는 것이 기분 좋은 수순. 여기서 구리는 흑의 포위망에 흠집을 내기 위해 백86으로 나왔는데 직접 막지 않고 흑87로 마늘모한 수가 고근태의 준비된 응수였다. 다시 몇 합을 주고받는 사이에 재변이 일어났다. 우하귀에서 중원으로 흘러나온 백대마가 흑97의 한 수에 그대로 숨이 끊어지고 만 것이었다. 잡힌 돌의 수가 13개. 공배를 포함하면 무려 30집이 넘는다. 이 거대한 백이 죽다니. 고근태가 구리의 대마를 잡다니. 검토실과 해설실이 발칵 뒤집혔다. 3년 연속으로 한중천원전을 휩쓸었던 구리가 드디어 무너지기 직전이다. 이 뜻밖의 사태는 필연이었을까. 난투의 전문가 서능욱 9단에게 사태의 설명을 부탁했더니 그가 말했다. “해프닝이죠. 뭐 하지만 백대마가 안 잡혔어도 흑이 아주 유리한 바둑이었어요.” 찬찬히 수순을 되짚어 보기로 한다. 구리가 86으로 움직인 착상은 그리 나쁜 게 아니었다. 참고도1의 백1로 얌전히 잇는 것은 흑2 이하 10으로(5는 3의 오른쪽) 흑이 매우 좋아지니까. 흑95가 사실은 실수였다. 그런데 고근태의 이 실수를 구리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서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었다. 흑95로는 참고도2의 흑1로 두고 이하 흑13까지로(8은 6의 오른쪽) 되는 것이 쌍방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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