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기금 5조 증시투입] 저금리 맞물려 자금 선순환 기대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주식시장이 든든한 원군을 만나게 됐다. 국민연금 등 국내 4대기금과 43개 소규모 연기금으로 구성된 투자풀(Investment Pool)이 이달말께부터 본격적인 주식매수에 나서기 때문이다.최근 저금리에 실망한 시중자금들이 투신권 등으로 이동하고 외국인들도 입질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터여서 연기금의 주가견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연기금이 주가를 부추기고 주가상승부의 자산효과 (Wealth Effect)→소비심리 촉발→기업 매출 증가→투자심리 회복→경기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봄직 하다. ◇연기금 대규모 투입 배경 정부의 증시기반 확충방안의 하나로 지난해 연말부터 강력하게 추진되어 오던 정책이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0월 연기금의 주식매입을 가로막고 있던 제한요인을 해소시켜주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수차례의 연기금 주식매수 확대방안을 마련해왔다. 정부의 의도는 연기금들이 주식투자를 크게 늘려 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 주식시장 전체에서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24%, 영국이 33%나 되지만 우리나라는 1%가 고작이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를 겨냥해 세제혜택을 주는등 각종 유인책을 주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2월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을 2003년까지 20%(25조)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연기금 투입 효과는 지금까지 연기금을 동원한 증시부양카드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성공한 적보다는 실패한 적이 훨씬 많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근의 경우도 마찬가지. 국내 4대 연기금은 지난해 연말부터 세차례에 거쳐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지난해 12월 1조5,000억원이, 올 3월과 7월에는 각각 8,000억원과 6,000억원이 주식시장에 투입됐다. 주식시장은 그때마다 무덤덤했다. 심리적인 지렛대역할을 하기에도 벅찼다. 증시에너지도 부족한데다 국내외 경기상황이 모두 불투명한 상황에서 연기금 홀로 선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초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했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식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연말까지 투입되는 규모가 5조원을 넘는 데다 최근의 저금리현상에서 파생된 자금흐름이 상승작용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정기예금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4%대로 내리자 은행권에 잠겨있던 자금들은 투신권과 부동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의 경우 투신권 총수탁고는 무려 12조6,000억원이 증가한 데 반해 은행 예금은 3조6,000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욱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당분가 되살아나기 힘들 것을 감안하면 저금리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중자금은 조금이라도 높은 자본이득을 쫓아 투신권과 부동산주변을 기웃거릴 것이란 예측이다. 자금을 빼가던 외국인들도 국내 경제상황이 싱가포르, 대만등 경쟁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는 분석에 따라 주식매입규모를 늘리고 있다. 목양균 굿모닝증권 영업부장은 "여러 통로를 통해 증시에너지가 보강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투입될 경우 상승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없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금리와 주가는 서로 역행한다는 경제이론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망가진 판에 연기금의 주식매수가 얼마만큼 힘을 쓸 수 있겠냐는 우려다. 기금운용자에 대한 책임 문제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면책조항을 보강한다지만 실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과연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강작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가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도 문제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낳 수는 있지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대우차 매각 협상 등 당면 현안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증시는 다시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기금 자금의 주식매입 효과가 극대화 되려면 자금이 선순환 되도록 적극 유도하는 한편 부실대기업 처리와 구조조정 및 경기진작 노력을 면밀하고도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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