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집중호우’를 명분으로 또 다시 추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벌써 9년째다. ‘연례행사’처럼 추경이 되풀이됨에 따라 국가채무 증가와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이번 추경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 아니며 재해복구에 대부분 사용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해복구 명분으로 사실상‘경기부양’=정부가 보유 중인 재해대책 예비비는 1조1,000억원으로 복구소요액(3조5,000억~4조원)보다 2조원 안팎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획예산처는 이번 2조원 안팎의 추경 예산이 대부분 ‘재해복구용’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재정경제부는 대부분의 자금이 시설복구 등에 사용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건설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집중호우에 따른 추경 편성으로 성장률 부진의 주요 원인인 건설경기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건설경기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적으로 수해피해를 보전하는 차원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채 발행으로 재원마련=추경에 따른 재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승인받은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1조2,000억원 가운데 일부를 사용하는 한편 모자라는 부분은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공적자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는 금액을 제외하면 올해 추경 재원으로 사용 가능한 자금은 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세계잉여금에서 넘어오는 자금을 제외한 1조2,000억원가량은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재경부에서는 1조원까지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발행규모는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설사 재경부가 적자국채 발행규모를 줄이더라도 모자라는 재원은 세입예산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2차 추경’은 없다(?)=장병완 기획처 장관은 8월 이후 재해피해가 크지 않을 경우 ‘2차 추경’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장관은 “8월 이후 재해에 따른 피해가 없다면 국채 발행규모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며 “추가적인 재해피해를 5,000억원으로 소화할 수 있다면 2차 추경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끊임없이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등 경기활성화를 위한 2차 추경이 이뤄져 결국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