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 이상 추진해 온 제4이동통신 사업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그룹이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컨소시엄에서 탈퇴하기로 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4 이통사업자 선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방통위는 이날 진행 중인 심사를 앞으로 어떻게 끌어갈지 긴급 논의에 들어갔다. 방통위 관계자는 "허가 신청서를 낸 이후부터 심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고 주요주주 변경을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사업계획서에 문제가 생겼는데 제대로 심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방통위는 현대로부터 한방 맞은 꼴이 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IST 쪽에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현대그룹이라는 대기업이 참여하는데다 최시중 위원장이 중기중앙회를 밀고 있다는 얘기도 들였다. 여하튼 IST는 이제 힘들어졌고 경쟁자인 KMI도 쉽지 않다. KMI는 이미 2차례나 사업권 심사에서 떨어졌던 전력이 있다. 방통위의 제4이통 사업이 총체적인 좌초위기를 맞은 셈이다. ◇현대그룹, 왜 포기했나 = 현대그룹 누구도 명확한 투자 철회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4 이동통신의 사업성에 대한 회의감 등이 현대그룹을 투자 철회로 몰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 IST 관계자는 현대유엔아이의 투자 철회에 대해 "미리 통보받은 게 없다"며 "철회 이유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IST의 1대 주주인 SB모바일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중앙회 관계자는 "현대유엔아이가 투자 철회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현대를 빼고 그대로 갈지 어쩔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 측은 "IST에 참여하는 나머지 주주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며 "포괄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만 밝히고 있다. ◇컨소시엄내 갈등설도 =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제4 이동통신 사업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방통위의 주도로 진행돼 온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자체에 회의감을 드러내왔다. 한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 지 오래"라며 "새로 출범하는 이동통신사가 성공하려면 남북통일이라도 돼서 인구 수가 늘어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IST가 이달 초 방통위의 1차 자격심사를 통과한 후에야 현대그룹이 뒤늦게 '퇴짜'를 놓았다는 점은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IST컨소시엄의 대표인 양승택 전 장관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불거졌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또 현대그룹의 자금 사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대두됐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이미 1조 원 이상을 동원한 데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지난 3분기에 987억원 규모의 적자를 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