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59.예림당의 中진출 ①저작권 수출

세계 각국의 기업과 경제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많은 기업들이 직간접 투자로 중국에 공장도 설립하고 상품 수출을 위해 전진기지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의 출판계에도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출판사가 늘고 있다. 한국출판이 중국과 만난 것은 88년 북경국제도서박람회 참관이 처음이었다. 그 뒤 90년에는 우리나라 출판사들이 직접 도서를 출품하면서 본격적인 출판교류가 시작됐다. 중국도서진출공사가 주최한 90년 북경도서전은 28개국 1,400개사가 참가했고, 예림당 역시 이 때 처음 도서를 출품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와 중국은 국교가 수립되기 전이었던 만큼 이 일은 문화 교류뿐 아니라 국익에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 뒤 한국과 중국이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한 1992년에는 중국출판대외무역총공사 주최로 제1회 북경국제아동도서박람회가 열렸다. 나는 이 기회에 중국의 아동도서 출판현황도 알아보고 우리 책의 중국 진출도 타진해 볼 겸 도서 출품과 함께 직접 중국 도서전을 참관했다. 북경아동도서박람회는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성황이었다. 중국이 개혁과 개방의 기치를 들면서 세계의 많은 출판사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출품한 도서 중에서는 `과학생활만화학습`과 `알쏭달쏭과학여행` 등이 중국 출판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길림성과 흑룡강성 등 조선족이 많이 사는 동북 3성의 조선족 출판인들이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도서박람회가 끝난 뒤 백두산 관광을 하고 연변을 둘러보면서 연변 도서시장의 실태도 살펴봤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출판상황은 좋지 못해 책의 지질이나 인쇄, 제본 등이 한국의 60년대 수준에 불과했다.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다지만 그곳에서 한글로 된 책의 출판은 매우 미미했고 그나마 나온 책도 종이며 인쇄 상태가 조잡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문득 `이곳에서 우리 책을 팔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우리의 묵은 재고 도서들을 가져다 팔아도 이곳 책들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한에 대한 자연적 홍보는 물론 조선족 어린이들이 남한 어린이들과 정서를 공유하면서 중국 동포들이 남한에 대하여 느끼는 민족적 이질감을 좁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듯 싶었다. 생각은 점점 부풀어 어쩌면 우리 책이 도문의 다리 하나 건너 북한에까지 전해져 북한의 어린이들이 맨 처음 만나는 남한의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길에 묵는 동안 흑룡강성 조선민족인민출판사의 박재구씨가 찾아왔다. 북경아동도서박람회에서 만났던 사람인데 우리의 `과학만화`를 자기네가 꼭 출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여러 출판사가 다투어 저작권 상담을 해오던 책이라 선뜻 북경에서 먼 지역의 출판사에 주겠다고 하기가 망설여졌지만 무엇보다 같은 민족으로서 말이 통하고 성의가 있어 보여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해 12월 흑룡강성 조선민족출판사와 정식 계약이 맺어져 중국어판으로 나오게 되었다. 우리의 10권짜리 `과학생활만화학습`은 중국의 제작 형편상 2권이 1권으로 합해져 5권으로 나왔는데 중국 시장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다. 그러자 중국의 다른 출판사에서 서로 예림당 책을 출판하고 싶다며 회사로 찾아오기도 했다. 92년 과학만화로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중국에 저작권 수출이 활발히 이루어져서 북경ㆍ연길ㆍ장춘 소재 여러 출판사는 물론, 타이완의 몇몇 출판사에서도 예림당 도서를 내고 있다. <특별취재팀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