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 5일] 국제기관들도 부인한 '위기설'

한국 정부에 이어 외국 금융회사 및 신용평가회들도 ‘한국에 9월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폭등하던 원화환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채권 시세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어렵지만 금융위기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ㆍ씨티은행ㆍ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우리가 걱정하는 단기외채나 자본유출은 걱정할 것이 못되며 기업 부채비율 등을 감안할 때 제2의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역시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양한 노력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다행스럽지만 막연한 위기설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우리 스스로 화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간 씁쓸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데는 우리 스스로 위기를 증폭시킨 면이 크고 정부의 늑장대응도 주된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설이 나돈 것은 지난 봄부터였지만 정부는 “근거 없다” “사실무근”이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국민과 시장을 설득하는 데는 소홀이 했다. 7월 중 경상ㆍ자본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 외국인들의 탈(脫)한국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꼬인 데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비협조ㆍ엇박자에도 적지않은 책임이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관계기관이 긴밀한 협조를 통해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중앙은행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한은도 시장안정에 강한 의지를 표시하는 동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환율이 폭등하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와중에 이성태 한은 총재는 “당분간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다. 받아내야 한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환율급등과 금융불안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금융불안이 닥치자 중앙은행과 정부가 합심해 위기진화에 나서는 미국 등 선진국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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