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낙지 먹고 힘내세요


'갯벌의 산삼' 낙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낙지는 한여름에 충분한 먹이를 먹어 몸속에 맛과 영양분을 비축하기 때문에 가을 낙지를 최고로 친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고 기록할 정도로 낙지는 가을의 대표적인 스태미나 수산물이다. 이는 낙지가 다량 함유하고 있는 '타우린 성분' 때문이다. 타우린은 시중에 판매되는 피로회복제에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어 숙취와 만성피로 해소에 좋다. 매콤하고 쫄깃한 낙지볶음은 술안주로도 좋고 기절낙지를 도마 위에서 탕탕 다져 달걀 노른자와 참기름을 휘저어 먹는 낙지탕탕이는 연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국물 맛이 시원한 연포탕과 오동통하고 쫄깃쫄깃한 낙지호롱구이도 대표적인 낙지 요리이다. 낙지 특유의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념은 적은 것이 좋다. 또한 낙지를 산 것으로 먹을 때는 세발낙지가 좋다. 낙지의 발이 세 개라서 세발낙지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세'는 '가늘다'라는 뜻의 한자어이다.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고 길어 붙여진 이름이다. 입에 쩍쩍 달라붙어 씹을수록 우러나는 맛과 초장과 잘 어울리는 세발낙지는 남도의 명물이 된 지 오래다. 국내 낙지의 70%는 전라남도 무안ㆍ신안지역에서 생산된다. 낙지잡이 시기가 되면 새벽부터 어민들이 등에 망태기를 짊어지고 뻘에 나가 낙지구멍을 삽으로 헤집어 손으로 직접 낙지를 잡는다. 무안ㆍ신안에는 그렇게 어렵게 낙지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가가 무안에 1,000여명, 신안에 1,500여명 등 모두 2,500여명에 이른다. 과거에는 갯벌 어디서든 잡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점차 그 수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어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낙지머리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독단적인 발표였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생산량이 줄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낙지 생산 어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후 서울시 국정감사는 낙지로 시작해 낙지로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는 낙지를 검사하며 세라믹 칼이 아닌 일반 쇠칼을 사용하는가 하면 검사 샘플의 대부분은 중국산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낙지머리를 먹지 말라던 오 전 시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은 많은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동의보감에 낙지는 독이 없다고 했다. 며칠 전 농림수산식품부는 9월의 제철 웰빙 수산물로 낙지를 선정했다. 낙지 먹고 힘내서 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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