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발자취] 삼일회계법인 30여년 이끌어

서태식 회장의 경영철학은 ‘우회축적’에 근본을 둔다. ‘우회축적’이란 윤석철 서울대 교수의 저서에서 원용한 것으로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힘을 축적함으로써 조직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지난 71년 설립한 삼일회계법인이 세계적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협력회계법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우회축적을 통한 인재육성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수학을 좋아했지만 공식을 외우진 않았다”고 한다. 공식을 잘못 기억할 경우 올바른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원리를 충분히 이해한 후 문제를 풀 때마다 원리에 따라 공식을 유도해 해답을 찾았다. 이렇게 다져진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은 삼일을 경영하는 데 중요한 사고의 틀이 됐다. 선택의 순간마다 법칙을 정해놓고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가장 적절한 해답을 찾아 실행에 옮기곤 했다. 서 회장의 집무실에는 ‘明德(명덕)ㆍ日新(일신)ㆍ至善(지선)’이 적혀 있는 액자가 있다. ‘대학(大學)’ 3강령에 있는 이 글귀는 삼일의 사훈이기도 하다. ‘명덕’은 윤리성, ‘일신’은 개혁과 혁신ㆍ창조성, ‘지선’은 본래의 의미인 ‘지극히 착함에 이른다’는 뜻이다. 서 회장은 여기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더해 30년 넘게 실천에 힘써왔다. 그가 윤리성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해온 회계 전문 경영인으로 인정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회계업무. 서 회장은 삼일 회장 시절 임직원들에게 ‘할복’으로 책임을 다한 일본 무사의 일화를 통해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엄포를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 책임을 기꺼이 질 수 있는 확실함과 명확함, 그리고 자신감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국내 최대 회계법인을 30년 동안 이끈 경험을 살려 공인회계사 공동체 전체를 이끄는 회장 자리에 선임됐다. 그는 공인회계사의 활동 영역인 경제시장을 ‘신뢰’라는 고리에 연결된 ‘유기체’에 비유한다. 이 유기체를 살리기 위해 서 회장은 ‘들메끈을 고쳐 매며’ 새로운 각오로 자신만의 새로운 성공 공식을 써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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