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해외자원 개발 관련 예산은 올해 2,116억원에서 무려 3분의2가 줄어든 61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명박 정부인 지난 2010년 해외자원 개발 관련 예산이 1조5,707억원에 달한 데 비하면 6년 만에 96.11%나 감소했다.
분야별로 보면 2010년 1조2,555억원에 달했던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은 올해 570억원으로 쪼그라든 뒤 내년에는 그마저 507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자원개발융자(일명 성공불융자) 예산은 올해 1,438원이었지만 내년에는 아예 1원도 잡히지 않았다. 이는 민간기업이 투자 리스크는 크지만 자원 가치가 높은 해외 유전·광구 등에 투자할 때 전체 투자금의 20%가량을 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관련 예산 자체가 없어 앞으로 해외자원 개발 투자를 하려면 민간이 모든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유가로 해외자원 개발과 관련된 유전과 광구,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낮아졌을 때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투자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해외자원개발 예산이 몇 년 사이 1조원대에서 수백억원 수준으로 삭감된 것은 올해 감사원까지 나서 과거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실패했다는 낙인을 찍으면서 공무원들이 몸을 사린 결과다. 자원개발예산이 급격히 줄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기술력과 전문인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자원개발은 기초과학과 비슷해 한번 손을 놓으면 선발주자의 노하우와 네트워크, 전문인력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실기했던 지난 일은 되돌아보되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투자를 통해 얻은 노하우는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나마 이어오던 해외자원개발마저 끊기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신규 투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42건과 18건이었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3년 8건에 이어 지난해 5건, 그리고 올해 4건에 불과하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이든 국가든 저유가 시대에 버틸 수 있어야 나중에 유가가 오른 뒤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정부가 예산으로 꾸준히 자원개발을 지원해줘야 급변하는 에너지 확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