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감원, 수은 '히든챔피언 선정과정' 집중 점검

"모뉴엘에 사실상 신용보증"

인증 작업 등 부실 여부 검사

씨티·광주銀도 여신 미리 회수

금융감독원이 수출입은행의 모뉴엘 히든챔피언 선정 과정에 대해 집중적인 점검을 벌인다. 히든챔피언은 수은의 강소기업 인증제도로 기막힌 사기극을 펼친 모뉴엘이 은행 여신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3일 "수은이 모뉴엘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하면서 모뉴엘이 사실상 신용보강의 효과를 얻었다"며 "은행들의 부당 대출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수은의 히든챔피언 선정 과정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수은의 히든챔피언은 '수출 3억달러 이상이고 세계시장 5위 이내'이거나 '매출 1조원 이상이고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글로벌 중견기업을 가리킨다. 수은의 히든챔피언으로 인증되면 수은으로부터 다양한 여신 혜택이 부여되는 것은 물론 다른 시중은행들에도 상당한 신뢰를 얻게 된다. 금감원은 모뉴엘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증 작업 등에 있어 부실은 없었는지 철저히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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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모뉴엘에 대해 우리·신한은행뿐 아니라 씨티·광주은행도 미리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여신을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4월까지 88억원 규모였던 모뉴엘 여신을 5월 이후 완전히 철수했다. 광주은행 역시 6월까지는 50억원가량의 여신을 갖고 있다가 이후에 완전히 발을 뺐다.

씨티은행이 모뉴엘 여신을 회수한 것은 조기경보시스템의 공이 컸다. 모뉴엘이 매출 규모 대비 과다한 외상매출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점이 인식됐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본점에서 분기별로 한 번씩 여신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힘든 흐름이 발견돼 만기 완료된 여신을 연장 없이 전액 회수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부임한 김장학 행장이 모뉴엘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직접 여신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기업 포트폴리오에서 특정 제품 쏠림이 심하고 해외 매출이 90%를 넘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씨티와 광주은행까지도 모뉴엘 여신을 미리 회수했다는 것은 모뉴엘에 여신을 제공한 국책 및 대형 은행들의 여신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특히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정부 입김이 강한 은행들의 여신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수출 금융의 정책적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들 국책은행들의 모뉴엘 여신 지원 과정에서 허점이 없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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