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비바! 꼬레아, 쿠바


큰 돈을 벌어 준다는 일본인 브로커 꾐에 빠져 제물포 항에서 배를 탄 한인은 1033명. 그들이 한달 만에 도착한 곳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 끝단 메리다 마을 에네켄 농장이다. 1905년 5월12일. 그 서럽고 고달픈 노예의 삶은 그렇게 시작됐다. 16년 뒤인 1921년 그중 다시 274명이 쿠바로 이주, 척박한 삶 속에도 독립 자금을 보내는 등 그들은 조국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그들이 고향 땅을 떠난 지 정확히 한 세기. 얼어붙었던 한-쿠바간 교류의 한 획을 긋고 이민 후손들에게 조국을 심어주는 행사들이 최근 현지에서 열렸다. 지난 8일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행사와 함께 한-쿠바 문화친선협회(회장 조갑동: 전 콜롬비아 대사)가 쿠바 호세 마르티 문화회와 현지에서 맺은 문화협력합의의 의미는 정치적 이유로 지난 한 세기 막혔던 한-쿠바간 장벽이 제거되고 있음이다. 또 무엇보다 양국 사이 경제 교류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 같은 일이 성사되도록 그동안 물밑에서 정지 작업을 해 온 주식회사 암펠로스의 김 동우사장은 문화 교류를 통한 경제 협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본사를 두고 지난 98년 이래 쿠바 내에서 무역업체를 운영하며 한인 사회를 도와온 젊은 사업가다. ▦현재 쿠바내 한국계 기업은 암펠로스사 말고 전무하다. 아프리카 오지까지 안 나간 데가 없는 우리 대기업들도 쿠바에는 아직 직접 진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 LG 등 가전제품과 현대차 등 일부 한국 상품들이 파나마 및 멕시코를 거쳐 우회적으로 수입되고 있을 뿐이다. 쿠바내 동결된 미국인 자산에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헬름스 버튼’법을 비롯 쿠바와의 교류를 곱지 않게 보는 미국, 외국기업에 대한 쿠바 정부의 각종 규제, 수출 채산성 등 여러 원인 때문이다. 특히 비즈니스에 강하게 미치는 군부(軍部) 입김 등은 다른 나라에서는 부딪히지 않는 문제다. 암펠로스의 김 사장은 쿠바 시장의 경우 단기가 아닌 장기적 눈으로 접근해야 하고 특히 쿠바 정부에 크레딧을 얻기까지 사업 초기 과정에서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 속에도 쿠바 정부의 신망을 확보한 몇몇 외국계 기업들의 활동은 활발한 편이다. 스페인 이탈리아계 등이 두드러지나 눈길이 가는 건 최근 중국기업 들의 움직임이다. 미국 견제 등 중국의 이해가 여러 면에서 쿠바와 맞아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쿠바 시장 진출은 앞으로 공격적으로 이뤄질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1억 2천만 달러에 그치고 있는 쿠바와의 교역량을 확대해야 하는 당위감은 우리 정부나 민간이 모두 같다. KOTRA가 조만간 지부를 설립, 가까운 시일 내 본격적인 민간 차원의 교류에 들어갈 채비 중이고 공식 수교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33개 중남미국 중 유일한 미 수교국 쿠바와의 교역은 경제 정치 양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체제 동요를 의식한 쿠바 정부가 단기적으로 외국기업에 대한 개방의 속도를 다소 조절하고 있는 징후가 보이고는 있지만 장기적 문제는 아니다. 특히 북한을 의식, 한국에 냉랭했던 과거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게 우리에겐 매우 고무적 변화다. 카스트로와 같이 혁명을 주도한 1세대로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아르만도 아르트 다발로스 호세 마르티 문화회장이 양국간 문화협력합의 후 제의한 건배는 과거 쿠바 내 고위인사로부터 들어 볼 수 없던 소리였다. “비바(Viva:만세) 쿠바, 비바 꼬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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