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盧] [동십자각/6월 4일] 노무현과 검찰

검찰은 각계의 거악(巨惡)과 각종 부조리를 척결함으로써 보다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웠다. 하지만 ‘서거’라는 비극적 결말로 끝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는 되레 보수와 진보, 여권과 야권 간의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검찰 수뇌부는 이에 대해 비리 혐의가 있는데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형식 논리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5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왜 서거를 애통해 하며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았는지 검찰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상당수 사람들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서 핵심 덕목인 ‘중립성’을 지키기보다 정권의 구미와 맞아떨어진 기획ㆍ보복성 수사를 펼쳤다고 지적한다. 검찰로서는 억울할지 모르지만 이 같은 지적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집권 직후 ‘검사와의 대화’ 자리 등을 통해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천명했던 노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성 논란이 일고 있는 수사의 희생양이 된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검찰은 당시 노 대통령을 권력으로부터 검사를 자유롭게 한 첫 대통령으로 칭송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정치보복 수사 논란이 정쟁화하면서 국론 분열로까지 치닫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고인이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밝혔듯 사회 통합과 갈등 치유는 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검찰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뢰회복을 위해 수사 방식 등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철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하에 피의 사실을 언론을 통해 매일매일 생중계하며 개인의 인권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봐야 한다. 검찰은 승냥이처럼 ‘특종’을 위해 달려드는 언론때문이라고 핑계를 댈지도 모르겠다. 지상 중계 도중 ‘노 전 대통령이 1억원짜리 고급시계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찰 내에 ‘나쁜 빨대’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 쏟아내는 브리핑은 좋은 빨대이고 나머지는 나쁜 빨대인가.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검사의 영장이 곧 구속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검사는 국가를 대표해 피의자를 심판대에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수사 결과가 마치 확정된 범죄 혐의처럼 피의 사실을 마구 공표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정당한 절차(due process)가 지켜지는 것이다. 검사는 기소권을 갖고 있고 진실(사법적 진실)은 변호사와의 유무죄 공방 속에 법원에서 가려져야 한다. 수사 단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혐의를 무분별하게 뱉어내 매일같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2~3년 후에 법정에서 무죄가 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진실 여부를 떠나 노 전 대통령이 투신에 이르게 된 것도 ‘좋은 빨대’를 통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자신의 피의 사실 혐의 때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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