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휴가, 1년의 하프타임

정작 중요한 일임에도 제대로 배울 수 없는 게 많다. 열심히 돈을 모으는 방법은 많이 소개되는데 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복권 등으로 갑자기 큰돈이 생기면 돈 쓰는 방법을 몰라서 오히려 그 돈으로 인해 불행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을 쓰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재테크만큼이나 시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간을 단축하고 절약하는 방법은 무수히 쏟아져나와도 시간을 제대로 소비하는 방법에는 대부분 무관심하다. 그러다 보니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갑자기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휴가를 ‘피서’로 생각해 한여름에 휴가를 보낸다. 그런데 굳이 여름에 휴가를 갖는 건 꼭 피서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시기의 휴가는 1년의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휴식, 일종의 ‘하프타임’이다. 휴가를 보내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1년의 후반전이 시작된다. 전반전의 플레이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거나 좋지 않은 성적을 냈더라도 잠시 숨을 고르면서 새로운 작전을 구상하며 역전의 후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 전반전에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쳤다면 잠시 긴장을 풀고 전반전의 멋진 플레이를 다시 한번 각오하면 된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뭔가 열심히 해결책을 궁리하거나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로 골몰해 있다가 잠시 쉬자며 커피 한잔을 꺼내 들었을 때 불쑥 ‘정답’ 같은 게 떠오를 때가 있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중요한 사항이 쉬는 동안 생각나서 부랴부랴 끼워넣는가 하면 기억나지 않아서 애를 먹었던 옛 친구의 이름은 느긋이 긴장이 풀어진 시간에 불현듯 생각난다. 웨이트트레이너들은 근육은 운동할 때가 아니라 쉴 때 만들어지니 운동 후 근육이 쉴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동하지 않은 자가 쉴 때 근육이 만들어질 리는 없다. 긴장을 풀고 느긋할 때 떠오르는 ‘영감’은 열심히 몰두하고 골몰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지 단순히 놀기만 해서 생긴 결과는 아니다. 그러니 쉴 때 얻게 되는 의외의 해답은 공짜가 아니다. 윈스턴 처칠은 “나는 2차대전이 벌어진 후 오히려 매일 낮잠을 자야 했다. 그것이 내가 영국 수상으로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휴(休)는 멈춤이 아니다. 긴장을 풀면 우리 삶의 새로운 묘수가 보일 때가 있다. 가장 휴식다운 휴식은 휴가를 또 다른 일처럼 분주하게 보내는 게 아니라 느슨해지는 게 아닐까. 그래, 일단 좀 쉬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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