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6일] 새 부대에 새 술 담는 심정으로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두고 지구촌이 떠들썩하다. 한국 산업계는 그동안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민주당 집권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판알을 튕겨 왔다. 그 가운데서도 오바마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부문이 한국에 유리하게 체결됐다고 지적한 바 있어 그의 당선은 현대ㆍ기아차에 적신호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심리적인 영향으로 며칠 새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와 그 주주들은 전혀 동요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오바마가 됐든 매케인이 됐든 백악관은 지금의 미국 자동차 산업의 소생을 위해 미국 내에서 공장을 가동하며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에 칼끝을 겨누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강제적으로 수입 쿼터제를 쓰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 최악의 경우 한미FTA가 무산되더라도 폐지되기로 했던 2.5% 수입 관세는 우호적으로 변한 환율 때문에 상쇄하고도 남는다. 또 내년 기아차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현지에서 연간 60만대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 판매의 60%를 현지 공장에서 조달하게 됨에 따라 수출 관세 영향은 점차 줄어들 공산이 크다. 더구나 오바마는 시카고 출신으로 디트로이트의 ‘빅3’와 자동차 산업에 대해 남다른 책임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들의 회생은 현대ㆍ기아차의 기업 활동에도 득이 될 것이다. 가깝게는 소비 심리 위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이 제 기능을 되찾게 되기 때문이다. 전쟁이 지나간 폐허에서 하는 도토리 키재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현대ㆍ기아차는 지금의 글로벌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내부의 전략과 외부의 조언에 따라 가던 길을 그대로 가면 된다. 현대차는 소형차 비중을 일본 도요타(48%)보다 더 많은 56%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했다. 흔들리는 GM과 포드에서 흘러나온 양질의 딜러들을 확보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내년까지 현지 판매 본부와 수준 높은 딜러망을 확보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 구조개편 후의 시대에 대비해야 할 때다. 새 부대에 새 술을 담는 심정으로 신발끈을 조여 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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