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고리사태 이후 정부합동점검단이 전국의 원전 비상발전기 점검에 나섰다. 영광원전 역시 당연한 검사 대상이어서 자체적으로 준비를 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합동점검단의 검사 순간에 비상발전기가 멈춰 섰다. 이게 무슨 집안 보일러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주목하는 특별검사 중에 발전기가 중단했으니 모두가 뒤로 자빠질 일이다. 사고 5시간 만에 정상 가동됐다는 것은 책임을 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광원전 측이 자체적으로 사전점검을 했는데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점검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거나 아니면 수시로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기계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어떤 경우에도 경미한 사고로 치부할 대상이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 별일 아니라는 듯이 사고를 숨겼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사고가 어제서야 알려졌다. 영광원전, 한수원, 현장에 있던 영광군수가 입을 다물었다. 정부합동점검단도 함구했다. 매뉴얼상 72시간 내 복구 가능하면 공개할 필요가 없어 알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 비공개가 '의무'사항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고리원전 사고의 파장이 채 식지도 않은 상황에서 매뉴얼 타령이나 하며 사고를 감추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정부는 고리원전 사고 이후 안이한 사고처리로 비판을 받았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현장발전소장과 하급직원 몇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총책임자인 한수원 사장에 대한 처리도 우물쭈물하다가 영광원전 사고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자 비로소 자의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경제는 그야말로 쓰나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은 국가 및 국민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작은 사고ㆍ사건이라도 즉각 알리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원자력 불신을 해소하는 첫 단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