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전쟁은 끝이 났다. 서울 삼성동 COEX 건물을 둘러쌌던 녹색 펜스도, 살벌했던 경호도 뒤로 물러났다. 평가는 다양하다. 각국의 입장에 따라, 또 이번 회의에 걸었던 기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이 주변국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점이다.
환율전쟁의 포연 속에 막을 올린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4차에 걸친 정상회의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위해 한 발 더 나갔다. 또 경주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틀을 잡았던 환율갈등의 해법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는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위기인 환율전쟁에 대해 G20이 공동 대응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G2)에서 시작된 환율전쟁의 확산을 막지 않았다면 글로벌 경제는 서로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율전쟁의 해법에 대해서는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해법에 따라 공방이 종식될 수도 있지만 불씨를 남겨 최악의 경우 공방에 불을 댕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경주회의에서 합의했던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에 대한 합의는 글로벌 환율전쟁을끝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우리나라가 처음 제기해 G20 테이블에 올려진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의제는 G20의 지속성을 보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G20 회의가 선진국의 말 잔치에 불과하다는 저개발ㆍ개도국들의 비판에 G20이 공동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줬다는 것도 긍정적인 성과다. 개도국과 저개발국을 위한 다년간의 개발 액션플랜은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방법론을 구체화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금융규범과 세계경제의 재균형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방안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지배구조 개혁은 새로운 경제질서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G20 서울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신흥국들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점이다. 환율갈등에도 미국의 일방적인 의견에서 중국 등 신흥국의 입장이 들어가 환율의 유연성이 반영됐다. 특히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코뮈니케에 포함시킨 것은 신흥국들이 가장 우려하는 급격한 외화유동성을 막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한 것은 G20 정상회의가 선진7개국(G7)에서 전체 글로벌 경제를 대표할 수 있는 협의체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G20의 태생적인 한계도 드러났다. 경주회의에서 합의했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논의는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경상수지 부문 등은 G20이라는 협의체에서 합의하기가 쉬운 것이 아닌 셈이다. 또 G2의 딜에 의해 합의문이 이뤄지는 한계도 보였다.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양적 완화에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이 이번에는 봐준다는 식으로 넘어가면서 미국은 환율제도에 유연성이라는 문구를 넣어 신흥국들의 반발을 무마했다.
남은 과제는 경상수지 등 이번에 합의되지 않은 부문을 내년 상반기까지 IMF를 통해 어느 정도 합의가 될 것인가이다. IMF 개혁 일정이 나온 가운데 경상수지 등의 부문에서도 신흥국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