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선언' 이후] 정부 대북 유화노선 궁지에 몰려 '강경' 선회까진 시간 걸릴듯후폭풍 우려 정책수정 불가피외교적 해결노력 여지는 남겨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미국의 전방위 압박 등 국제사회에서 코너에 몰린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강경노선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북한 못지않게 궁지에 몰린 것은 바로 참여정부의 대북협상 라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거나 “위험천만한 핵공갈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필두로 참여정부의 외교ㆍ통일 라인은 미지근한 대북 온건노선을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선언은 또 현재진행형인 대선국면에도 전혀 새로운 양상의 ‘북풍’을 일으킬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사회적ㆍ정치적ㆍ경제적 파장이 적지않을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 대북 배신감이 팽배하면서 보수세력이 확대될 것이고 대북 유화정책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은 급속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북풍’의 힘을 받아 보수 진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입지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참여정부가 과연 대북 강경노선을 얼마나 밀어붙일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 선언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통일ㆍ외교 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고개를 들 것이지만 정부가 대북정책을 어느 정도나 수정할지를 확인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로에 선 대북정책=북한의 핵실험 선언이 나온 다음날인 4일 오전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 직후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매우 강경한 어휘를 쏟아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거나 ‘핵실험 계획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는 등 외교상 가능한 최상급의 문구들이 모두 동원됐다. 외교당국의 한 당국자는 “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북한에 그릇된 신호를 보일 수 있다”면서 “성명 내용을 구체화하는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충분히 약한 모습을 보여준 뒤 이 같은 수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진부한 표현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상황이야 어쨌든 북한의 핵실험 공갈로 참여정부의 대북 유화책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 분명하고 어느 정도 변화를 겪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이전과 전혀 다른 상황’은 북한의 핵실험이 가져오는 후폭풍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실험은 특히 북미간의 강경대치로 국제 안보환경을 현저하게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이 경우 한국에 미칠 여파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것이 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사활적 국익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적 확대,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문 모색, 금융제재 강화 등 북한체제를 압박하는 조치들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선제공격 계획이 수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처럼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과 온건 사이에서 다시 한 번 큰 갈등을 겪을 소지가 다분하고 일이 그렇게 풀리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협상 주도력은 급속히 약화되는 위험한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경협에 악영향은 불가피할 듯=물론 모든 외교적 노력이 당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당장 대북정책의 수위조절에 나설 것이지만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부문은 남북경협 분야일 것이다. 정부는 이미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을 포함한 대북정책이 전반적으로 재검토될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물론 미국의 요구하는 전방위적인 북한 봉쇄론에 참여정부가 어느 정도 참여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선 외교적 해결, 후 제재’=물론 모든 외교적 노력이 당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다만 강경대응 속에서도 외교적 해결 노력에 대한 여지는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 선언에 대한 한미 양국의 분석과 평가와 관련, “현재 협의 중인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포함한 강도 높은 외교의 필요성이 더 분명해졌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도 “북한이 밝힌 이번 담화 내용을 냉철하게 보면 이런 상황일수록 현재 추진 중인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효용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10/04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