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48곳의 산업단지는 제조업 고용인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비중도 70%를 웃돌 만큼 우리 경제의 핵심동력이다. 일각에서는 첨단시대를 맞아 산업단지의 역할에 대해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산업구조와 국토 활용도를 감안하면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고 봐야 한다. 상당수 업체는 아예 해외로 옮기겠다고 한다. 정부가 외국에 나간 우리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U턴 유치 노력을 해도 이렇게 떠나는 기업이 많으면 산토끼 잡고 집토끼 놓치는 것처럼 헛수고다.
산업단지가 경쟁력을 상실한 것은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데다 과도한 규제가 집중된 탓이 크다. 정부는 51곳의 노후 산업단지를 선진국형 기업밸리로 바꾸겠다며 구조 고도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산업단지마다 지원시설이나 특정용도구역 제한 같은 이중삼중의 규제에 갇히다 보니 입주기업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경제단체들이 줄곧 요청해온 국가산업단지의 공장 증설이 아직껏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번 조사에서 삶의 여건이나 편의시설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산업단지의 당면과제를 보여주고 있다. 구로공단이나 남동공단 같은 곳은 교통지옥과 불법주차와의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다 교육시설이나 문화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굳이 산업단지에 입주할 이점마저 사라지고 있다. 최근 구미공단의 불소 누출 사건에서 보듯이 산업단지의 주먹구구식 관리실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산업단지를 분양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일관하다 보니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보기 일쑤다. 산업단지는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 아래 입주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