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원자력의학원 위상 재정립을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방사선및방사선이용진흥법의 개정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의학원이 원자력연구소 부설기관에서 방사선 및 방사선동위원소의 이용 진흥을 위해 방사선의학을 확대 보급하는 특정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독립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의 향후 위상은 ‘설립위원회’에서 기관장 선정 및 정관 재정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의학원은 아직까지 ‘특정연구기관육성법’의 적용을 받는 정부 출연 특정연구기관으로서 변화하려는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의료연구사업을 주체로 하는 곳으로, 원자력 응용의 소명을 지닌 의학자나 과학자들이 미래의학을 설계하고 준비해야 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원자력의학원의 정체성 확립과 역할 재정립을 위해서는 기관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과학기술부는 초대 원자력의학원장 공모에서 원장 자격조건을 의사면허 소지자로 한정시켜놓고 있다. 원자력의학원이 정부 출연 특정연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원자력이나 방사선 관련 과학자들이 원장 직무에 접근할 수 없도록 구조적으로 봉쇄해놓고 있다. 더욱이 설립위원 5인 중 위원장과 당연직인 과기부 원자력국장을 제외한 3인 모두가 의사로 구성돼 있다. 원자력의학원이 특정연구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방사선의학 연구개발(R&D) 부분에 의지가 있는 원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자력병원과 원자력의학원을 거쳐간 역대 원장 중에 핵의학이나 방사선종양과 같이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관련 분야를 전공한 인사는 없었다. 원자력병원이나 원자력의학원의 성격과 기능을 대표하는 원장의 전공이 핵의학이나 방사선종양과 관계가 없을진대 이 기관이 방사선이나 원자력을 응용하는 의료연구기관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필자는 원장 자격을 의사면허 소지자로만 한정할 경우라도 원자력의학원 설립 근거와 목적에 맞는 방사선이나 원자력 관련 의사면허 소지자로 한정 짓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원자력의학원은 연구기관이라기보다는 암 진료라는 병원 임무가 큰 부분을 차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원자력병원의 영문명이 ‘Korea Cancer Center Hospital(한국암센터병원)’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원자력의학원 노동조합이 과기노조가 아닌 의료노조로 구성돼 있는 것에서도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또한 원자력의학원으로 투입되는 약 300억원의 예산 중 순수연구에 투입되는 예산은 간접비 및 인건비를 제외하면 원자력중장기연구개발사업비의 직접경비에 해당하는 40여억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사실은 개정된 방사선진흥법에 따라 연구기관으로 재탄생하는 원자력의학원이 특정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한지 아니면 병원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한지에 대한 확실한 성격 규명이 요구되는 증거이다. 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인 원자력의학원이 방사선과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을 명분으로 국가 예산을 사용하면서 일반 병원과 같은 의료사업을 계속한다면 원자력병원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관 설립 목적과 근거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암 연구를 위한 암센터의 경우 국립암센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병원에도 설치돼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암정복2015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과기부가 연구기관이 아닌 보건복지부 영역의 이러한 암병원에 계속적으로 예산을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요구된다. 출연연구기관으로 독립하는 원자력의학원이 방사선 및 원자력의학 관련 연구의 총 본산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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