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2개사(대기업 149개ㆍ중소기업 153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44.7%가 "경제민주화는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논의는 과도하다"고 답했다.
한발 더 나아가 '경제민주화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므로 논의를 재고해야 한다'고 답한 기업이 27.2%를 차지했으며, '경제에 도움이 되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기업은 28.1%에 불과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48.3%, 중소기업의 41.2%가 ‘현재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은 대기업 21.5%, 중소기업 34.6%에 그쳤다.
경제민주화 입법의 부정적 영향으로 기업들은 '투자와 일자리 위축'(35.4%)을 첫 손에 꼽았고 '기업경쟁력 저하'(30.5%), '잠재성장률 저하'(17.5%), '반기업정서 심화'(11.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응답기업의 53.6%는 '대기업 규제 위주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중소기업에도 피해를 입힌다'고 우려했다. 반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23.2%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37.4%),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27.8%), 횡령ㆍ배임 등 경제범죄 처벌강화(15.6%), 공정위 전속고발권 완화(14.6%), 금산분리 강화(3.6%) 등이 꼽혔다.
최근 논의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현안에 대해 기업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해 79.5%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찬성했으며, 그 이유로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70.3%), '거래비용 절감'(18.4%), '보안 문제'(7.8%) 등을 꼽았다.
아울러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비롯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신속한 의사결정 방해 등 경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기업(42.1%)이 '소액주주권 향상, 기업문화 개선 등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기업(24.1%)을 압도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되는 갑을문화 개선에 대해선 ‘기업 자율적인 문화개선’(64.9%)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법제도적 규제강화’(35.1%)보다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기업들은 향후 정부의 기업정책 방향을 규제보다 경쟁력 강화에 맞춰줄 것을 주문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41.2%), '중견기업 육성'(35.4%) 등 경쟁력 강화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공정 하도급거래 및 갑을문화 개선'(14.2%),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억제'(8.9%) 등 규제 위주 정책보다 높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상무는 "중소기업조차 대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법안은 단시일 내에 밀어붙이기보다는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