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약업계 M&A 바람일까

◎외국 다국적기업서 상위권 제약사/재무구조 분석설/매출 100억 업체 매물로 나오기도최근 영진약품과 삼성제약이 잇따라 부도를 내면서 제약업계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 업체는 제약업계 20위권의 상위업체로 매출채권회수가 어려운 상태에서 금융권이 갑작스럽게 여신을 회수한 것이 직접적인 부도이유다. 이는 대부분의 제약업체가 직면한 상황으로 아무리 튼튼한 업체라도 도산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제약업계는 이에 따라 최근 정부에 건의서를 내 「긴급자금지원, 매출채권 회전기일 단축」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업계가 처한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가 몰아닥친 때문도 있지만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추진돼온 움직임이 이번 IMF시대를 맞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가 예상하고 있는 첫번째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영세기업의 자연스런 도태다. 국내 제약업체는 3백여개사로 이 가운데 1년 매출 1백억원 이상 되는 회사가 71개사에 불과하다. 제약업의 살 길이 신약개발이라고 볼 때 연구개발 없이 가격경쟁에 의존하는 영세업체들의 도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두번째가 기업인수합병(M&A)이다. M&A의 가능성은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고 증권가에서도 항상 소문이 나돌고 있는 분야다. 업체의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건비는 오르고 이익률은 떨어지는 요즘 M&A시장에서는 매출 1백억원대의 제약기업이 다수 나와있기도 하다. 특정 전공분야가 있는 기업이 해당 품목을 생산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다른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특정 종목으로의 전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일부 업체 사이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반론도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제약전문기업은 제약업의 저마진구조를 아는데다 사들일 돈도 없고 제약업에 관심있는 대기업은 이미 다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업체간의 인수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문제는 외국 다국적기업의 국내 진출이다. 주식소유분산이 비교적 잘 돼있어 오너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회사가 1차적인 인수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주식시세가 폭락해있어 몇백억원만 있으면 우량기업의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제약협회의 관계자는 『최근 모 다국적기업이 국내의 몇몇 상위권 제약업체의 재무구조를 면밀히 파악한 적이 있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중소업체 간의 전략적 제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서로 경쟁력이 있는 부문을 특화해 부문별로 나눠맡는 방식이다. 아직까지 전체 제약업계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고 이번 IMF구제금융이 이를 앞당길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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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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