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戰과 美재정적자

이라크 전쟁이 가까워지면서 최근 나는 주택담보대출을 고정 금리로 전환했다. 당장엔 이자가 늘겠지만 이라크 전쟁에 따른 재정적자 부담으로 이자율이 치솟을 때를 생각하면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재정적인 측면만 보면 이라크 전은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다. 사태가 악화된다면 결과는 뻔히 큰 폭의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반대가 된다면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공공연히 얘기했듯이 감세 주장을 뒷바침해주는 상황논리로 이용될 것이다. 이 또한 재정엔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최근 하원 의회예산국(CBO)은 재정적자 예상치를 수정 발표했다. 2년전만 해도 CBO는 향후 10년간 5조6,000억달러의 재정흑자가 날 것이란 장미빛 전망을 했었다. 이제 CBO는 1조8,000억달러의 재정적자 추산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너무 낙관적이다. CBO는 여전히 장미빛 컬러렌즈를 끼고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 CBO가 간과하고 있는 감세로 인한 효과와 이라크전비 그리고 전후 복구비용까지를 감안하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는 3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게 더 현실적이다. 정부도 장기 적자를 부인하진 않는다. 이젠 대신 장기적자가 경제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장기 재정적자는 이자율 상승 압박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는 행정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맹큐가 저술한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더구나 이자율 상승은 다시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재정적자를 불리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아직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2%도 채 안되는 데 너무 이른 걱정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정부를 국가 안보와 국민의 보건ㆍ의료 등을 책임지는 거대한 보험회사 정도로 생각해보자. 미 재무부 차관인 피터 피셔도 이 같은 가정을 한 적이 있는데, 그의 주장은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등 미래의 지출 부담을 생각하면 실제 재정적자는 최근 보수적인 추정치보다 훨씬더 심각해 질 것이란 것이다. 결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은 `정신빠진(Crazy) 정책`이란 주장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100% 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의 결과가 이에 근접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과감한 감세정책을 펼치지 않고는 미래의 노령화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만약 감세 정책을 펼친다면 노령화 문제의 해결은 분명 불가능해진다. 이런 식의 재정 파탄은 이미 진행중이다. 미 정부는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까?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혜택을 줄이거나 뒤늦게나마 부유세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무책임한 정부가 대체로 그래왔듯이 정부는 화폐 발행을 늘릴 공산이 크다. 정부 입장에선 직면한 지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부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 그렇게 되면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경제가 침체되고 주식시장이 붕괴된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이자율이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이 일본판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는다면 이자율은 점점 올라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현재 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시켜 주는 것은 경제 주체간의 심리적 불협화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장기 재정적자 문제가 미국인들의 생활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의 지도력을 맹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름의 분석을 통해 장기 금리가 오를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3월 10일자) <폴 크루그먼(美 스탠퍼드大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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