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한종금 불법여신] 주주기업 회생위해 무차별 지원

금융당국이 대한종금의 불법여신을 중점 조사하기로 한 것은 이 회사가 최근 증자를 통해 회생기반을 마련했다고 대외적으로 밝혔으면서도 고객 돈을 내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압박에 몰린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대한종금은 지난달 국내외 증자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성공, 자본금을 두배로 늘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달들어 갑자기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벼랑끝에 몰리기 시작했다. 묘하게도 주요주주인 성원그룹과 신동방의 자금난이 심화된 시점과 일치한다. 대한종금의 영업정지는 나머지 종금사들에 아직까지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종금업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확산시키는 바람에 증권사 전환이나 합병을 통한 투자은행 설립 등 종금사들의 구조개편에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여신 조사배경=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들이 모회사를 살리기 위해 대한종금이 죽든 말든, 돈을 빼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종금이 사실상의 첫 부도를 낸 것은 지난 8일. 모 회사인 성원건설의 자금난이 극에 달하던 상황이었다. 대한종금은 이날 돌아온 수천억원의 결제요구에 『모두 갚겠다』며 자금을 풀었으나 9일에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반면 성원건설과 성원산업개발은 이날 은행에 돌아온 어음을 모두 막아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입금이 차질없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대목이다. 당국의 관계자는 『주주회사들이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고, 일부는 대한종금에서 1,000억원 이상의 거액을 빌려다 썼다는 소식이 있어 자산부채 실사과정에서 이를 확인해 법적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꺾기 증자 논란= 종금업계에서는 그동안 대한종금의 지난 3월 증자를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이 회사가 이른바 「꺾기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 요체. 꺾기 증자란 참여주주가 대출을 받아 증자에 참여하는 것. 왼손(고객예금)에 있던 것을 오른손(자본금)으로 옮기는 셈이니 증자효과가 없어 「대외 과시용」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종금 경영진이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궁지에 몰린 나머지 주주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꺾기 증자를 했다는 의혹이 많다』고 말했다. 또 대한종금이 파트너로 끌어들인 홍콩계 E&E인베스트먼트(1억달러 출자)에 대해서도 「자본금 1만달러짜리 페이퍼 컴퍼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주주가 해외로 돈을 보낸 뒤 이를 세탁해 다시 들여왔다는 것. 금융당국은 그러나 『변칙증자를 제재할 법적인 수단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주주들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조사한 결과, E&E인베스트먼트의 출자자금도 성원그룹에서 나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대한종금이 꺾기 증자를 했는지 여부가 이 회사의 회생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종금사는 BIS비율 달성=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대한종금을 제외한 11개 종금사로부터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상황을 접수한 결과, 모든 종금사가 3월말 기준, BIS비율 8%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한종금에 이은 종금사 추가 부실화나 인위적인 구조개편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BIS비율이 가장 높게 나온 곳은 동양종금으로, 11.82%를 기록했다. 한불종금이 11.80%로 보고했으며 한국이 10.04%, 나라는 10.73%, 금호는 10.11%를 각각 기록하는 등 모든 종금사가 8% 이상을 달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한종금으로부터도 이행상황을 받았지만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돼 오는 15일부터 실사에 들어가 직접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다른 종금사들에 대해서도 이행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종금사들은 추가발생 부실여신으로 기아 5,909억원, 한라 1,604억원, 워크아웃여신 190억원 등을 보고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현재 은행에 비해 관대하게 적용되고 있는 종금사의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종금사들의 자구노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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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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