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채권 추격매수에 나서면서 채권 금리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29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0.07%포인트 하락하면서 4.13%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5년 1월5일(4.0%) 이후 최저치다.
이날 채권 수익률이 급락한 것은 오전에 외국계에서 장기물인 국고채 10년물을 대량 매수했다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A 증권사 채권 딜러는 “오전에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10년물을 샀다는 루머가 돌았다”면서 “오후 들어 국내 기관들도 매수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실제 오전에 특정 외국계가 국채 10년물을 대량 매수했는지 여부는 확인돼지 않았지만 이 루머가 외국인들이 다시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수를 확대하려 한다는 추측과 겹쳐지면서 국내 기관들이 추격매수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국채 10년물은 전일대비 0.07%포인트가 떨어졌고 다른 종목까지 끌어내렸다.
이재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은행ㆍ보험 등 장기투자기관들이 매수에 가담하면서 금리를 급격히 떨어뜨렸다”면서 “지난주 추석 연휴동안 집행되지 않은 투자가 한꺼번에 나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지난 27일 현재 73조7,657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달 말 75조8,000억원에서 소폭 줄어든 상태다. 최근 금리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국내 기관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기관들의 가세로 채권 수익률 급락세가 깊어지자 일부에서는 ‘폭탄돌리기’를 우려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채권 가격이 오를대로 올라 추격매수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데는 공감하지만 자칫 매수 타이밍을 놓칠 경우 수익률 게임에서 뒤질 것을 우려해 뒤늦게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의 돌발변수가 터져나올 때는 자칫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채권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금리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나만 발을 뺄 수 없다는 생각에 기관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채권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