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상운의 '편지 경영'

CEO 취임후 8년째 매달 임직원에 보내<br>주인정신 배양·사내문화 혁신 등 메시지

이상운

지난 5일 2월 CEO 레터를 통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 이상운(사진) 효성그룹 부회장은 그간의 길고 긴 시간을 되돌아봤다.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거의 매달 임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2월이 90회째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CEO 레터 90회는 이 부회장이 매달 임직원에게 쓴 편지가 7년5개월 동안 이어졌다는 의미다. 재계 CEO 가운데 장장 8여년 기간 CEO 레터를 통해 대화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부회장은 8년여째 매달 편지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직원들은 이 부회장의 편지가 실린 인트라넷 등에 댓글을 달아 이 부회장이 던진 메시지에 공감이나 의견을 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의 댓글을 빠짐없이 읽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CEO 레터는 횟수도 횟수지만 내용 면에서도 정성이 담겨 있다. 평소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는 한 달 동안 자신이 접한 지식이나 경영정보 또는 읽은 책, 영화, 스토리 등을 담는다. 통상 볼 수 있는 틀에 박힌 CEO 레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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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부회장은 지원본부를 통해 각 PU장들에게 일본 기린맥주의 성공담을 보냈다. 기린맥주가 고객 중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주인정신'을 발휘, 일본 맥주 시장에서 9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한 내용을 담은 성공 스토리다. 이 부회장은 이달 CEO 레터를 통해 왜 기린맥주의 성공 사례를 직원들에게 보냈는지 설명했다. 그는 "기린맥주의 과거 모습은 상당 부분 우리 회사와 닮았다"며 "상사의 눈치를 보며 시키는 일만 하려는 내향적인 문화, 자신의 담당 업무와 전문 분야의 틀 안에서만 일하려는 틀 문화가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 중에는 스스로를 조연ㆍ엑스트라 수준으로 한정 짓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자세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주연ㆍ조연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가 화면에서 연기력을 십분 발휘하는 영화가 비로소 명품"이라며 영화 '대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머크는 올해로 344년째가 되는 회사로 모든 임직원들이 자기 사업 분야에서 철저한 전문가가 되기를 요구한다"고 소개하고 "우리 직원들도 주도적으로 자기 책임을 다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헌신적인 축구선수 박지성'도 최근 그의 분석 대상이다. 이 부회장은 "사실 공격수인 박 선수가 수비까지 가담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이처럼 헌신적으로 뛰어다니는 이유는 경기장에서 뛰는 목적이 어디까지나 '팀의 승리'라는 확고한 생각 때문"이라며 "이것이 박지성 선수의 미덕이요, 그가 거쳐간 모든 팀의 감독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가장 최근인 2월 CEO 레터에서는 기본 역량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부회장은 코코넛이 언제 떨어질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별다른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며 "코코넛형 위기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 같은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 변화도 이겨낼 수 있는 탄탄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성 관계자는 "CEO 레터는 이 부회장이 시의적인 이야기를 통해 경영메시지를 던지고 직원들이 이에 반응하는 효성의 중요한 쌍방향 소통 경로"라며 "이 부회장이 CEO 레터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는 만큼 CEO 레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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