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으로) 규제와 코스트 때문에 엄두가 안나던 사업들도 실현가능하게 됐다. 기업들이 내년을 포함해 중장기 사업계획에 신규 사업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CEO 대통령’을 표방하는 이명박 당선자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가 대대적인 투자확대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규제의 사슬과 반기업정서의 먹구름만 걷힌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대기업의 신규투자가 최소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20일 긴급 전략회의를 열어 향후 투자환경 변화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신규 투자전략 마련에 착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대기업 산하 싱크탱크들은 이미 차기 정부의 경제 및 기업정책을 예측하는 보고서 작성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는 산업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돈으로 하는 투자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계열사 별로 일 욕심들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다만 삼성 특검과 4월 총선 등 경영외적인 변수가 남아 있어 즉각적인 투자 실행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0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투자(R&D 포함)가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삼성사태 여파가 투자활성화에도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단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과감한 규제철폐 등에 나선다면 최소 10조원의 신규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표적인 기업규제제도인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가 전면 폐지될 경우 11개 응답 그룹 가운데 8개 그룹이 향후 2년 내 약 14조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기업들은 보수적으로 경영해와 기존사업은 포화상태이고 신규사업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며 “업종전환과 인수합병을 통해 신성장산업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주요 그룹사들도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며 왕성한 일욕심을 보여주고 있다. SK그룹은 내년 투자금액을 기존 7조원에서 10% 정도 늘려 공격경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SK텔레콤의 3세대 이동통신 투자에 속도를 붙이는 동시에 시설ㆍ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SK에너지는 내년 2월 합병할 SK인천정유 인천 공장의 노후설비를 대폭 교체하고 인천 공장 내 고도화설비를 서둘러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STX그룹은 2008년 경영목표를 올해 예상매출 13조원보다 50%이상 증가한 20조원으로 설정했다. 그룹 관계자는 “내년부터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보다 개선되지 않겠냐”며 “STX는 조선, 해운,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크게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 성장으로 내수 경기가 좋아질 것을 기대하고 내년도 투자를 4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명분 위주의 규제들이 없어질 경우 투자환경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양그룹은 건설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차기 정부가 각종 대형 공약을 실천하고 부동산 규제 등을 완화할 경우 건설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전략이다. LG그룹은 현재 내년도 전체 투자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새 정부 출범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한 모습이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새 정부 출범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투자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아직 투자확대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용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그룹의 전략을 맞출 필요가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우선 규제 완화와 관련한 부분은 최대한 빨리 서둘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투자확대와 신성장동력과 관련해서는 하이브리드차량이나 연료전지 차량 등 미래형 자동차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정부 정책과 발맞춰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사회봉사를 마치는 대로 글로벌 일거리 찾기에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 당선자가 경제를 먼저 챙기겠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면서 “BBK특검 등 정치적인 현안이 조속히 마무리 돼 당선자가 어서 경제를 챙기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내년 창립 40주년을 맞게 되는 포스코의 경우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천명한 이명박 당선자의 취임으로 세계 철강벨트 구축을 위한 글로벌 투자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