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리뷰]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

때로는 째째하고 유치한 현실속의 사랑·이별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사랑은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에 발 맞추어 문화 상품들도 사랑을 순수한 것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이렇게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한없이 째째해지고 한없이 유치해지기도 하는 것이 현실 속의 사랑이다.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은 이런 현실에 가까운 사랑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다. 남녀 간의 이별과정을 코믹터치로 담은 이 영화는 비록 코미디이지만 무시무시(?)하게 사실적으로 남녀간의 사랑의 풍경을 담아낸다. 이렇게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랑의 판타지만을 제거한 채 현실 속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시카고 투어 버스의 안내원 게리(빈스 본)과 미술관 큐레이터 브룩(제니퍼 애니스톤)이 영화의 두 주인공. 야구장에서 우연히 옆 자리에 앉게 된 인연으로 연인이 된 두 사람은 2년 동안 많은 추억을 함께 만들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의 양가 가족들의 상견례를 위한 식사자리를 준비하던 중 아주 사소한 하나의 말다툼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린 두 사람. 결국 브룩은 홧김에 게리에게 이별은 선언한다. 이별선언이라는 충격요법으로 게리의 버릇을 고치려 했던 브룩. 하지만 게리는 이 이별선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영화 속에서 이들이 이별하는 이유는 다른 여타 로맨스 영화처럼 불치병이거나 운명적 엇갈림이 아니다. 사소한 말다툼, 참을 수 없는 그 사람의 게으름, 알량한 자존심 등이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두 사람간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우리도 현실 속에서 익히 겪어 왔을 것들이다. 집에 들어와도 설거지 한번 하지 않는 남자, 배우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물건을 사들여 놓는 연인 등의 에피소드들에 많은 관객들이 "내 이야기네"하며 공감할 듯 싶다.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영화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들이 주는 가벼운 즐거움이 아닌 조금은 더 속 깊은 즐거움을 제공한다.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진부한 엔딩이 아닌 다른 방향을 선택한 영화의 마지막 부분도 색다른 여운을 준다. 코믹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중견급 두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시트콤 '프렌즈'이후 끊임없이 작은 영화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제니퍼 애니스톤과 '웨딩크레셔'등에서 코믹배우로 입지를 다진 빈스 본의 연기 호흡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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