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계각국 초장기債발행 붐

“저금리때 저비용으로 재정자금 마련하자”<br>英·佛50년물 판매이어 美·獨·伊도계획<br>고령화시대 연기금도 관심 커 확산 조짐<br>일부선“물가상승땐 자산가치 붕괴” 우려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올들어 저비용으로 재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30년 이상 초장기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고령화시대와 맞물려 연기금 펀드의 투자욕구와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잇는 정부의 의도가 맞아 떨어지면서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초장기채에 대한 투자가 물가상승과 맞물릴 경우 자산가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 최신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달 25억 파운드(약 46억달러) 규모의 고정 이자 지급식 50년 만기 장기채 발행에 성공했다. 영국이 50년짜리 장기채를 발행한 것은 지난 60년 이후 처음이며 유럽에서는 두번째다. 영국은 또 조만간 만기 50년짜리 지수 연계 채권도 발행할 계획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연기금을 대체할 수 있는 초장기 연금식 채권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프랑스 재무성은 지난 2월 유럽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60억 유로(약 72억달러) 규모의 50년 만기 유로화 채권을 입찰, 4.21%의 금리에 판매했다. 또 독일은 이미 50년 국채 발행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작업에 돌입한 상태며 이탈리아도 지난 3월 자국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텔레콤이탈리아가 처음으로 50년 만기채권을 발행한 것에 자극받아 같은 방식으로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50년 만기채 뿐만 아니라 30년물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가 지난 2월 30년 만기채를 발행한 데 이어 미국 재무성도 2001년 10월이후 발행을 중단했던 30년 채권(약 500억 달러 규모)을 발행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초장기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최근의 저금리 기조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지난 2월 프랑스에서 발행됐던 50년물의 경우 30년짜리와의 금리차가 불과 0.03%포인트 밖에 나지 않았다. 자금 차입기간이 20년이나 늘어났음에도 그에 따른 추가적인 자금조달 부담이 거의 없다. 미국ㆍ프랑스ㆍ영국 등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나라에게는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투자자의 채권 선호현상은 초장기채 붐의 또다른 원인이다. 특히 고령인구 확산으로 재원 고갈 위기에 직면한 연기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새로운 장기 투자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미국 채권시장협회 미카 그린 사장은 “재무부에서 30년채를 다시 발행할 경우 연기금 펀드 등에서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장기채에 대한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자산가치의 감소, 이자율 상승 부담 등은 투자자들에게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영국의 50년물 발행 규모가 이전 예상치인 50억파운드에 훨씬 못미쳤고 경쟁률 역시 1.6대 1에 그쳤다는 사실은 시장에서도 이러한 위험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 이코노미스트는 “채권에 미친 정부가 충동질을 하고 있다”며 “연기금도 그러한 행동에 말려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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