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獨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 과도한 복지정책등 부담<br>기업 90% 해외이전 고려 산업공동화 우려<br>실업률 치솟고 저성장국면도 갈수록 심화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이 추락하고 있다. 과거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경제를 이끌던 독일이 경직된 노동시장과 과도한 복지부담으로 대표되는 ‘독일병’의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01년 1.0%, 2002년 0.2%, 2003년 마이너스 0.1%를 기록하는 등 저성장국면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비록 올 2ㆍ4분기 성장률이 0.5%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 전적으로 수출에만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실업률은 10.5%에 달해 유로지역 평균 실업률 9%를 넘었고 옛 동독지역의 실업률은 이보다 두 배 가량 높다. 독일경제의 몰락은 짧은 노동시간과 긴 휴가로 특징지어지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정책에 따른 재정악화가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의 주당근로시간은 35시간으로 영국의 37시간, 미국의 40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반면 서부중심지역의 임금수준은 인근 슬로바키아의 6배에 달하고 있다. 또 통독후 1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실상 동독지역의 경제재건에 실패한 점도 독일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자 독일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잇따라 탈독(脫獨)하고 있다. 기업컨설팅업체인 롤랜드 베르거와 아헨공과대학이 공동으로 독일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의 기업이 생산력 확대를 위해 공장을 해외로 옮겼거나 이전을 모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단순생산공정만을 이전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연구개발ㆍ엔지니어링ㆍ운영부문 등의 해외이전도 잇따라 독일내 산업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탈독이 잇따르자 노조의 힘은 극도로 약화하고 있다. 경쟁력약화를 이유로 기업들의 해외탈출이 늘어나자 일자리감소를 우려한 노조들이 회사와의 협상에서 목소리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멘스ㆍ다임러크라이슬러 같은 독일 대표기업들이 노조와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했고 폴크스바겐도 지난주 노조에 2년간의 임금동결과 근로시간 연장을 요구했다. 도이치방크의 디에테 브로닝거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많은 독일 노동자들이 주당 35시간 이상 일하고 있으며 노동시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도 최근 옛 동독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 실업수당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장기실업수당과 영세민 사회보조금을 통합한 일명 ‘하르츠 IV법’은 2차대전 이후 가장 급격한 사회복지 감축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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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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