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엔제재' 따르지만 "경협도 포기못해"

■ 당·정·청 "금강산·개성공단 사업 지속"<br>韓美 외무회담 앞두고 협상주도권 선점 겨냥<br>안보리 제재·외교적 해결 병행 필요성 강조

북핵대책을 조율하기 위한 당·정·청 4인 회동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진행되고 있다.왼쪽부터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한명숙 총리,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 수뇌부가 19일 오전 당ㆍ정ㆍ청 ‘4인 회동’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의 중단 불가입장을 재천명한 것은 이날 오후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겨냥,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에 ‘금강산 및 개성사업 중단’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요청이라는 두 가지 카드로 대북강경책으로의 선회 압박을 가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당ㆍ정ㆍ청은 또 지난 14일의 ‘6인 회동’에서 PSI 확대 참여 문제 등에 관해 미묘한 이견을 보였던 점과 달리 이날의 4인 회동에서는 한목소리를 냄으로써 북핵 정국 속에서 국정의 컨트롤타워가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4인 회동 합의 골자는=당ㆍ정ㆍ청이 이날 4인 회동에서 의견을 모은 내용은 모두 2가지다. 이중 첫번째는 대북제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와 대화 노력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것. 또 개성 및 금강산사업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직접 관계가 없으며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게 두번째다. 이는 대북제재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순응하겠지만 외교적 대화와 경제협력의 기조 유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언론브리핑에서 “당은 6자 회담 재개 노력과 함께 북미 및 남북 회담 등 모든 대화노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4인 회동의 합의내용은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 수위에 있어 미국 측에 전혀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측에 다소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의 발언일 뿐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대북정책 조율에서는 유연하게 협상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언론브리핑 직후 기자들이 “최근 열린우리당의 대북 포용정책 기조 유지 방침에 대해 다소 유연해진 것 같다”고 묻자 부정하지 않으면서 “워낙 시달려서 그런 것 아니겠냐”며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정치권의 중지를 모을 차례=북한의 핵실험 이후 줄곧 엇박자를 냈던 당ㆍ정ㆍ청이 한목소리를 냄에 따라 이제는 여야간 엇박자를 조율할 단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의 협력을 얻어내지 못하면 여당과 정부의 의견 일치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만 해도 라이스 장관의 방한을 전후로 대정부 및 대여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대북 포용정책은 10여년간 당근만 주고 얻은 게 몇 년 전 송이버섯 몇 개를 얻어먹은 것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조하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의 중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동안 대북제재 신중론을 내비쳤던 민주당마저 이날 강경기조로 선회했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이 이날 국회 언론브리핑을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은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돼야 할 문제”라며 “PSI 참여는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입장변화를 시사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대북 이슈를 정치쟁점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국론분열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와 여당의 대내 협상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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