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대형 무궁화 축제 만들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무궁화의 나라(槿花鄕)’라 스스로를 칭할 정도로 우리 강역에, 우리 생활 주변에 무궁화가 많았다. 또 우리는 그 무궁화를 존귀하게 여기고 사랑했다. 그러나 무궁화는 일제강점기에 광복구국운동의 표상으로 떠오르자 일제에 의해 뽑히고 불살라졌다. 또 최근에는 주거문화 변화로 나라꽃을 실제로 보기가 힘들어졌다. 한편 광복 62년이 지났는데도 ‘무궁화에 병충해가 많다’는 등 무궁화에 일제가 덧씌워 놓은 악의적 편견이 방치되고 있다. 장미는 1년에 30번 가까이 약을 쳐줘야 하는데 반해 무궁화는 1~2번만 약을 치면 병충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무궁화가 5,000년 동안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해 온 ‘민족의 꽃’이고 또 세계에서 유래가 드물게 국민들에 의해 나라꽃으로 지정된 ‘민중의 꽃’임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시중 서점에는 변변한 무궁화 관련 책 하나 없다. 최근에는 대학에서 무궁화를 연구하는 학자는 커녕 학생도 전무하다고 한다. 지난 광복절 서울시청을 3만4,000송이의 모형 무궁화로 수놓았던 모습이 많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그러나 같이 전시됐던 시청광장을 둘러싼 무궁화 품종 전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에서는 매년 광복절을 전후해 ‘나라꽃 무궁화 전시회’를 광화문과 시청광장에서 개최해오고 있다. 1,000여점 내외로 전시가 되니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다. 정부에서는 ‘나라꽃 무궁화 큰 잔치’라는 이름으로 2005년까지 서울과 독립기념관에서 무궁화 품종전시회와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유일한 무궁화 관련 대외행사다. 이 행사는 무궁화 담당부처인 행정자치부와 산림청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지난해부터 부처 간 입장 차이로 따로 개최되고 있다. 무궁화 큰 잔치가 작은 잔치로 나뉜 것이다. 올해 행정자치부는 독립기념관과 백일장ㆍ사진전 등 공모전 중심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산림청은 부산시와 해운대 동백섬에서 무궁화 1,100점 전시를 별도로 열었다. 이 행사 공식명칭은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였다. 한편 필자가 속한 무궁화사랑 민간단체에서도 ‘나라꽃 무궁화 축제 2007’ 행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했다. ‘무궁화의 날’ 제정 선포식을 시작으로 ‘생활 속의 무궁화’라는 주제로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렸다. 무궁화 차와 떡 등 먹을거리 체험을 하고 가정에서 키울 수 있는 무궁화 소개 등 700여점 무궁화ㆍ무궁화 캐릭터ㆍ무궁화 문학작품 등이 전시됐다. 학술세미나도 열렸다. 이외에도 인천시에서 2,000여점 무궁화 전시가 열렸고 서울 선유도공원ㆍ울산시ㆍ강원도ㆍ수목원 등 전국에서 크고 작은 무궁화 전시와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렇듯 광복절을 전후해 무궁화 관련 전시ㆍ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으나 막상 이를 알고 있는 국민들은 극소수다. 일부 국민들은 왜 무궁화 축제가 없냐고까지 한다. 규모가 작고 산발적으로 개최돼 그렇다.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무궁화 축제를 만들자. 산림청이 주관하는 축제를 서울시 등 지자체 무궁화 전시와 함께할 경우 3,000~4,000점 가까운 초대형 전시를 열 수 있다. 이 정도면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 행자부에서 주최하는 대통령상까지 주는 무궁화 공모전을 함께 진행할 경우 참여율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할 것이다. 나아가 민간단체의 국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과 학술세미나까지 더해진다면 명실 공히 규모나 내용 면에서 나라꽃 격에 맞는 대형축제가 될 수 있다. 기존에 하던 것을 모아서 할 뿐이니 별도 예산도 들지 않는다. 정부간 부처ㆍ지자체가 뜻을 모으기만 하면 된다. 개최하는 시기와 목적이 같고 또 함께 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굳이 국민의 혈세를 쪼개서 써야 할 이유가 있나. 내년부터는 ‘무궁화의 고장’이라 주장하는 강원도 홍천군에서도 무궁화 축제를 준비하려고 군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그리고 무궁화 고장까지 하나 되어 멋진 무궁화 국민축제를 열자. 무궁화 나라다운 무궁화 축제를 열어보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