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해소로 상승세 전환은행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작년 7월의 대우그룹 사태 이후 3분의 1 토막이 난 은행주가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방안 제시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행주는 현 시점이 바닥권인 것으로 판단되며, 우량은행주 위주로 장기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로는 첫째, 금융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심리가 안정되었고, 둘째, 시중 자금이 은행권으로 유입되어 안정성이 높아졌으며, 셋째, 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은행주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제 2차 은행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의 여부다. 자금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은행주를 매매하는 것은 투기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가닥이 잡히고 있어 불확실성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지난 주초 재경부 장관이 정부출자 은행에 대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감자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후 은행주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에 필요한 금액이 30조원이라고 밝히고 공공자금의 조성방안을 제시하자 상승 폭이 확대되었다. 은행 지분 소
유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인에 대해 정부가 의견을 밝히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물론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이 완벽하진 않지만 지난 98년 9월 은행주의 상승 초기 국면과 비교할 때 비슷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자금시장의 최근 동향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말이 자금의 부동화(浮動化)와 단기화다. 자금의 부동화와 단기화는 자금의 원활한 유통을 가로막아 금융시장의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반면 이 부동화된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은 은행 입장에서는 다소 유리하다.
금년 들어 시중은행의 은행계정 수신고는 전년말 대비 31조원이 증가한 상태다. 물론 총수신(금전신탁포함)중 단기성 자금이 차지한 비중이 전년 말의 21%에서 금년 4월말 27%로 상승하는 등 수신 증가분의 대부분이 유동성 자금이란 사실은 약간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은행으로서는 단기성 자금이나마 유입되고 있는 점은 이익창출에 도움이 된다.
유동성에 여유를 가져올 뿐 아니라 유입된 자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이 단기자금이기 때문에 대출금 등 장기자산으로 운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운용해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은행의 자금사정이 풍부해질 경우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금년과 내년에 은행수지는 개선될 전망이다. 수신경쟁이 심화되는 등 각종 불안한 여건으로 순이자마진은 소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나, 운용자산이 늘어나 이자수익이 증가하고 대손충당금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부실자산에 대해 충당금을 상대적으로 충분히 적립한 우량은행
들의 경우 이익 증가폭이 클 전망이다. 물론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추가 손실 및 신규 부실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그 정도는 과거에 비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결산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강화에 따른 추가 충당금을 이미 적립했기 때문에 그만큼 금년의 충당금 적립부담이 줄어든 점도 유리하다.
금년 국민·주택·신한·하나·한미 등 5개 우량은행의 순이익은 평균 전년대비 11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은행주가 상승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은 대부분 외부 요인이다. 정부가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의 합병을 추진하는등 정부 정책이 불리하게 진행될 때 주가는 위협받을 수 있다. 금융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투신권 환매가 예상을 넘는 수준에 달할 경우에도 은행주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중견기업들이 갑작스럽게 자금이 악화되어 부실이 늘어난다면 주가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환율이 급상승하거나 금리가 급등할 경우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현실화될 경우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기 때문에 항상 주시해야 한다. 이러한 돌출 악재만 없다면 은행주는 장기적으로 상승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구경회 메리츠증권 리서치팀 연구위원입력시간 2000/05/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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