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축] 아파트도 `신토불이' 바람분다

「한국의 고유정서와 문화를 불어넣은 한국형아파트를 개발하라」최근 주택산업계의 불황 타개와 아파트 공간의 품질향상을 위해 주택건설업계에「한국형아파트」개념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형 아파트」는 한국고유의 전통주택과 마을공동체의 특성을 발굴, 아파트의 평면 설계와 단지설계에 적용한 것. 최근 2~3년새에 많은 주택건설업체들이 적극 도입,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일부 주택건설업체의 경우 창호 벽지 등 50여가지의 각종 아파트 소품의 고유문양을 현대화하는데 성공, 의장등록까지 내는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또다른 업체는 전통가옥의 형태중 사랑방과 정원 등의 요소를 아파트에 직접 도입, 주목을 끌고 있다. 주택업계의 이같은「한국형」개념찾기 노력에 대해 전문가들은『서구적 공공주거형태인 아파트가 한국이라는 지역적·문화적 주거생활에 맞게 본격적으로 발전해가는 신호탄이란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1962년 마포아파트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37년만에 불어닥친 이같은 아파트의「한국성 찾기」는 시장개방에 대응하는 국내 주택업계의 경쟁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발사례=「한국형 아파트」설계에 가장 적극성을 보인 업체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은 아파트 내부에 시공되는 모든 소품(벽지, 타일, 가구, 문, 창문, 조명기구, 위생기구, 발코니 난간대, 욕실 악세서리 등)의 문양과 형태에 대해 한국성을 토대로 고유디자인을 개발, 아파트에 적용해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전통사상에 입각한 단치배치 외에 옥외 조형물·가로 등을 포함한 거리시설물 등에도 한국적 고유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한 각종 고유디자인 50여건을 의장등록에 출원했고,「삼성한국형아파트」자체를 상표등록으로 출원하는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이같은 한국형 아파트 개념 도입으로 시흥연성지구·봉천동 재개발아파트 등 2,000여세대를 주택업계 전체가 미분양으로 곤욕을 치른 지난해에도 100%분양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삼성이 내부 소품과 시설물 디자인에 치중해온데 반해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단지설계와 평면공간 구성에「한국성」을 개발, 적용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 현관에「대문-마당-현관」 개념을 도입했고, 거실과 정면 발코니에안뜰개념·툇마루 등을 적용했다. 마감소재도 한국형 완자무늬·우물무늬 바닥 등의 전통친화적 디자인으로 처리했다. 또한 대형평형의 경우 사랑방 침실을 만들어 채택근무·손님맞이·가족실 등 다목적 공간을 도입했다. 안방은 가구배치와 발코니 등에 전통적 안방개념을 적용하는 한편 주방은 한국인의 발효성 음식문화습성을 소화하기 위해 외부공기가 접하는 벽면에 제2주방을 별도로 배치했다. 대우건설 역시 아파트의 소품에 부분적으로 한국적 고유문양을 살린 디자인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거실장에 전통문양을 살려 만들었으며 남향에 2개의 침실을 배치, 3세대가 동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주 아중아파트에 이같은 한국형 개념을 호평을 받았다. 대우건설은 서울역앞 연세재단빌딩에「주택2010」이란 미래형 주택(60평형) 모델하우스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 모델에는 안채, 사랑채, 별채, 대청 등의 전통공간 개념을 수용한 3대가족 주거양식에 정보화기능까지 담아내, 미래형 한국주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형주택건설업체들의 이같은 한국형아파트 개발에 뒤질세라 중소형주택업체들도 도전적으로「한국성」을 찾아내 적용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림건설이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에 분양중인 푸른마을 아파트도 주목을 받고 있는 경우다. 대형 평형에 전통한옥의 대문형식을 그대로 본 뜬 실내문을 만들고 옛날 사랑방 형태에 툇마루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안락한 느낌을 준다. 사랑방 앞에는 화초·채소 등을 가꿀 수 있는 실내정원을 과감히 도입했으며 벽지·가구도 전통한옥형태로 마감했다. 또한 세종건설이 지난해 분양한 경기도 기흥군 구갈2지구 리젠시빌도 한국성을 찾아내 성공한 사례다. ◇문제점=주택건설업체들이 아파트라는 서구형 공동주거형태에 한국적 정서와 주거문화 행태를 발굴, 도입하는 흐름에 대해 건축전문가들은 매우 긍정적 평가와 함께 몇가지 아쉬움을 지적한다. 현재「한국형아파트」개발이 아파트 전체공간에 대한 포괄적이고 유기적인 시각에서 연구·적용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편적·즉흥적일뿐아니라 분양효과를 높이기 위한 이벤트성에 치우쳐 있다. 따라서 완벽한 한국인들의 주거문화를 수용하는데는 아직도 많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형 평면공간 개발이 대부분 50~90평형대의 대형 아파트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중소형 평형에서는 이른바 한국형 개념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실정이다. 【박영신 전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