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카지노에도 문화적 고려를

홍병문 기자<문화레저부>

유럽의 유명 카지노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 카지노가 문화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철도원’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아사다 지로가 유럽의 유명 카지노를 돌아다니며 ‘카지노’ 여행기라는 책을 쓸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가나 정치인들이 카지노에 들락날락하면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지만 역사와 문화의 뿌리가 깊은 유럽의 카지노에서는 오히려 유명인사가 방문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겨져 유명세에 무게를 더해주기도 한다. 내년 초 문을 열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관광공사의 카지노사업본부 임원이 최근 모두 선임됐다. 우리나라 카지노에 관해서만 말한다면 역사도 그다지 깊지가 않고 뚜렷한 정체성도 아직 만들지 못한 상태다. 안타깝게도 관광공사가 의욕적으로 꺼내든 카지노 사업 카드도 사전에 뚜렷한 문화 비전을 세워놓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저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 주머닛돈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했을 뿐이다. 하지만 카지노가 하나 더 생겼다고 해서 새로 생긴 그 카지노를 찾으려고 외국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그저 상업적 목적만을 겨냥해 서둘러 계획을 짜고 진행하다 보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강남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됐던 업체는 사업자 선정이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과를 놓고 어느 한쪽을 두둔하거나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질책하려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 카지노 시장에 문화적 배려가 있냐 하는 점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세계 최대의 상업 카지노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이미 전세계인이 공감하는 문화 코드가 자리잡고 있다. 현존 최고의 카지노장인 영국 런던의 크락포드는 세계 유명 예술인들이 명예회원으로 초빙되고 있다. 독일의 비스바덴과 바덴바덴의 카지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 ‘노름꾼’이 탄생했던 곳이다. 오스트리아의 카지노 도시 바덴 바이 빈은 베토벤이 교향곡 9번 합창과 장엄미사를 완성했던 곳이다. 바이올린 귀재인 파가니니도 카지노 사업에 투자를 했을 정도다. 아직 역사가 짧은 우리 카지노 시장이지만 이제는 문화를 고려한 카지노 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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