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인천 강화도 화도면 장곶 앞바다에 나타난괴선박의 정체는 무엇일까.괴선박은 이날 오전 1시45분께 강화도 남서쪽 끝부분인 장곶앞 2.7㎞ 해상에서우리 군의 경계망에 포착된후 오전 5시9분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영해로도주할 때까지 3시간24분동안 우리 영해에 머물렀으나 선박의 종류와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군 당국은 당시 강화도 일대 해상에 달빛이 전혀 없고 안개가 짙게 낀데다 괴선박 출현지점의 수심이 0.5∼2m로 낮아 해군 고속정이 추격하지 못하는 바람에 육안으로 선박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레이더 기록을 통해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있다고 밝혔다.
군은 이날 새벽의 상황을 ▲북한 반잠수정의 침투 ▲우리측 어선의 월북 ▲북한어선의 월경 등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은 세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침투목적을 띤 북한 반잠수정이 우리측 해안에 접근했다가 적발됐을 가능성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괴선박은 달이 뜨지 않는 음력 10월2일 새벽에 우리 군의 해안경계망을 피해 민간선박의 출입이 통제되는 지점에 나타났고 해병부대가 조명탄을 발사하고 경고사격을 가하자 아무런 응답없이 북한쪽으로 선수를 돌려 달아났기 때문이다.
강화도 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하고 ▲갯벌이 긴데다 ▲유속이 빠르고 ▲임진강,한강,예성강이 만나는 취약지역으로 북한간첩의 침투경로로 적격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실제로 지난 95년 10월25일 충남 부여에서 검거된 무장간첩 金동식(36)은 같은해 8월29일 5T 가량의 전마선을 이용, 강화도 양도면 건평리 해안에 상륙, 침투했으며 지난 90년 10월16일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黃仁五도 대남공작원 李善實 등과 접선한 뒤 같은 경로를 통해 반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한 전례가 있다.
이러한 상황판단에 따라 합참은 침투조를 태운 북한 반잠수정이 우리 해안에 상륙하려다 발각되자 도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괴선박이 도주하는 동안 레이더에 잡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 점은 레이더 회피용 특수도료를 칠한 반잠수정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또 괴선박이 오전 5시9분께 북방한계선에 도달한 뒤 우리 군의 추격상황을 살피려는 듯 한동안 머뭇거린 점은 침투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재차 영해침범을 시도하려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합참은 그러나 괴선박이 이미 무장간첩을 상륙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날 오전 4시께 강화도 전지역에 최고단계의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해상은 물론 육상에서도 경계와 수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군경은 장곶 부근 해안에서 미확인 발자국이 상당수 발견됨에 따라 침투요원들이 남긴 것이 아닌가 보고 조사중이다.
군은 다른 가능성으로 우리 어선의 월북을 들고 있다.
괴선박은 우리 군이 조명탄과 해안포를 발사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시속 7노트(12.9㎞)의 느린 속도로 북한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는 한강 유람선의 통상 운항속도(8노트)보다 느리며 소형 동력어선의 이동속도와 비슷하다.
북한이 침투공작에 이용하는 5T 크기의 반잠수정은 부상시 최대 40∼50노트(시속 70∼80㎞)며, 잠수시에는 최대 6노트(시속 11㎞)까지 낼 수 있는 고성능 선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해군의 추격을 받는 북한의 반잠수정이 7노트로 이동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에따라 군 당국은 강화도 인근 해안의 어선 숫자를 점검하는 등 우리 어선의월북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강화도 부근 해상은 간조때 수심이 매우 얕고 수로가 협소해 반잠수정이라도 최고속도를 내기 힘들기 때문에 속도만으로 선박의 종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해 여전히 북한의 침투용 선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밝혔다.
한편 북한 어선이 실수로 월경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됐으나 괴선박이 발견된 지점이 북방한계선으로부터 9∼10㎞ 남쪽으로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깊숙이 들어왔고 또 우리 해군의 정지명령에 응하지 않고 달아난 점 등으로 미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