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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대 시민의 구도는 여전히 새해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원론적으로야 시민을 구성원으로 하는 것이 정당이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만이 시민이란 콘셉(concept)으로 나타나고 있다. 율곡의 표현을 빌리면 수성이 아니라 경장을 해야 할 때다. 경장(更張)의 원래 뜻이 거문고 줄이 풀려 연주를 할 수 없게 되면 다시 팽팽하게 조여 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줄을 다시 조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거문고를 새로 만들어야 할 형편이다.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정당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고 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어내는 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 정당을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 정당의 역사가 이미 오래됐고 그 나름의 기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정당을 무시하고 아예 백지에서 새로 그림을 그리듯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성정당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 마침 그런 경장, 즉 변화가 여야 모두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를 띄워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 시민선거인단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정당 행사임에 불구하고 60만에 달하는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차이라면, 한나라당은 하향식이고 민주통합당은 상향식으로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이렇게 정당이 스스로 환골탈태해 '떠나버린 시민'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면 그 정당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도 커지고 운신의 폭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금의 변화는 작은 시작일 뿐이다. 작은 변화에 여론이 호응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손 털어버리면 시민은 다시 외면할 것이다. 이제 막 시민이 정당에 대해 관심 정도의 호응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을 더 깊은 애정과 지속적인 참여로 성숙시켜 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선거가 올해 두 번이나 있으니 때마침 시작된 변화를 정당이 시민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일종의 사회화(socialization)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정당에 부여된 역사적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