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이명박정부 출범 6개월] MB정부 '비즈니스 프렌들리' 초반부터 삐걱

규제완화등 약속했지만 재벌들 참여정부때보다 투자 저조<br>당정,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1년 늦추는 방안 추진

“올해 30대 그룹의 투자 규모는 9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 늘리고 신규 채용도 7만7,500여명으로 18.3% 늘리겠다.”(올 4월28일 제1차 민관합동회의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공식 발표) “재벌들이 몇 십조원씩 쌓아놓고도 투자를 안 한다. 8ㆍ15사면에서 경제인이 많이 사면된 것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적극 투자해달라는 뜻이다.”(지난 21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MB노믹스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ㆍ기업 친화적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지 불과 열흘 만인 지난해 12월28일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으로 국내 20대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를 선택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규제 완화와 감세를 여러 차례 약속했고 재계는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성적표는 형편없는 실정이다. 여권 내에서도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요구 사항을 들어줬는데도 말로만 투자를 늘리고 행동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비ㆍ건설ㆍ무형 고정투자를 합한 총고정자본의 전년 동기 대비 실질증가율은 지난 상반기 0.5%에 불과해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1년의 -3.6% 이후 가장 낮다. 설비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벌들이 참여정부 때보다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정은 신규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에서 따르면 7월 신규 취업자 수는 15만3,000만명에 그쳤다. 참여정부 때 30만명 안팎을 기록한 것에 비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도 삐그덕거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와 한나라당은 올해 사업소득분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던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시기를 1년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모 그룹의 한 관계자는 “약속한 투자를 집행하지 못한 것은 초고유가와 내수침체, 선진국 경기 둔화 때문”이라며 “정권의 비전에 맞춰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고 유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이 지키지도 못할 공수표를 남발하는 데 대한 MB정권의 배신감이 깊어지고 있어 MB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비즈니스 프렌들리도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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